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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의 적은 이란" 윤 대통령 발언 파장..."북한식 화법(야)" vs "위협은 맞아(여)" 공방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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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의 적은 이란" 윤 대통령 발언 파장..."북한식 화법(야)" vs "위협은 맞아(여)" 공방 과열

입력
2023.01.18 07:34
수정
2023.01.18 11:09
0 0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독한 북한식 화법"
박지원 전 국정원장 "의전 안 읽어보고 냅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위협은 맞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여러분이 왜 아랍에미리트(UAE)에 오게 됐느냐, UAE는 바로 우리의 형제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입니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입니다."(윤석열 대통령, 15일 오후(현지시간) 방문한 UAE 아크부대에서)

윤 대통령이 UAE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찾아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한 발언의 파장이 거세다. 우리나라와 이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외교부가 수습에 진땀을 뺐지만, 정작 이란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북한식 화법", "외교부 의전도 읽어보지 않은 냅다 (발언)", "외교참사"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 여권은 "이란이 UAE에 위협이 되는 건 맞다"는 옹호로 맞섰다.

"이란도 문제이지만, UAE도 난처할 것"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전혀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며 "심지어 미국과 중국이 아웅다웅하며 패권이 격화해도 아직까지 서로 해본 적이 없는 소리가 '적'"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미중 갈등이 심화한 최근에도 "직접적 위협이다, 수정주의 세력이다 등으로 둘러서 얘기한다"고 보탰다.

그러면서 "UAE와 이란이 관계를 개선 중이라는 팩트에도 맞지 않고, 우리와도 (이란이) 철천지원수가 아니지 않냐"며 "외교적 언사를 할 때 이렇게까지 독하게 표현하는 것은 정말 원수한테나 쓸 수 있는, 북한식 화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국격, 국력을 생각하면 해선 안 될 발언"이라며 "이란도 이란이나, UAE가 굉장히 곤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윤 대통령에게서 줄곧 '흑백론'이 엿보인다고도 진단했다. 그는 "최근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심각하다"며 "세상을 흑백론으로 보고, 적과 아군, 선과 악의 개념으로 나눠서 보는구나 (싶다)"고 했다. 또 "외교라는 것은 카드를 많이 가져야 하는 것"이라며 "더하기 외교를 해야 하는데 빼기 외교를 계속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사한 지적은 진중권 광운대 교수한테서도 나왔다. 진 교수는 17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외교적으로 큰 사고를 친 것"이라며 "엉뚱한 맥락에 부적절하게 이란 얘기를 끼워 넣어버린 언어 실수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깔린 주적의식이 더 문제"라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강조한 게 '외교의 기본은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항상 친구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찾아 한 장병과 셀카를 찍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찾아 한 장병과 셀카를 찍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단순히 끝나지 않을 일"

이번 발언의 후폭풍이 간단치 않을 것이며 대통령실이 직접 유감을 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7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나와 "(적당한 수습으로) 끝나지 않을 일"이라며 "우리 상선들도 전부 조심하고, 대통령실이나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언어, 말씀은 항상 검토되고 정제되고 신중해야 하는데 푹 저질러버린 것"이라며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사과해서) 진정시키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특히 사태가 지속될수록 외교부의 처지만 난처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외교부는 대통령한테 잘못했다고 할 수도 없는데, 보통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외교부는 절대 그런 실수를 안하는데 대통령이 (준비된 것을) 안 읽어보고 그냥 '북한은 주적이다' 하듯이 냅다 나온 게 적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조현동(가운데) 외교부 1차관 등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조 1차관은 이번 발언이 "외교참사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연합뉴스

조현동(가운데) 외교부 1차관 등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조 1차관은 이번 발언이 "외교참사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연합뉴스


"한 이란 관계 어쩌나"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외교부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UAE에서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의 말씀"이라며 "해당 발언은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 관계와는 무관하며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는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왔고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도 해명했다.

여권도 윤 대통령 옹호에 필사적이다.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외교참사'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UAE 국민들 입장에서 가장 위협을 느끼는 나라는 실질적으로 이란 아니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 태영호 의원 역시 "대통령이 '이란은 한국의 적'이라고 발언했다면 부적절했겠지만, 아랍과 UAE를 언급하면서 (장병) 격려 차원에서 한 말이 왜 외교참사냐"고 따졌다. 윤재옥 의원 역시 "윤 대통령의 UAE 순방은 아주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엄청난 외교적 성과를 냈는데 불필요하게 확대해석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를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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