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등 축산 농민 극단 선택
큰 소 25%, 송아지는 50% 하락
작년 말 전국 한우 356만 마리
적정두수 300만 마리 크게 웃돌아
경북도, 저능력 미경산우 지원 확대
한우 가격 폭락으로 축산 농민들이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우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사육두수 조절이 쉽지 않아 난감해하고 있다.
송아지 가격 생산비 절반 수준까지
17일 전국한우협회와 지역 축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경북 예천군의 한우사육농민 A씨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고 당일 예천 우시장을 찾았던 A씨는 300만 원이던 송아지 가격이 150만 원까지 하락한 사실에 낙담하며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 150마리 정도를 키우던 A씨는 축사 신축용 정책자금 대출금리가 최근 2배 이상 올라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년간 한우 가격 하락세는 축산농가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한우 1마리 생산비(인건비 포함)는 759만6,000원이었다. 2021년 12월 782만 원이던 산지 한우(거세우 기준) 시세는 지난해 6월까지 799만1,000원 수준을 유지해, 그럭저럭 생산비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585만5,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5.1% 폭락하더니, 지난 16일에는 전국 가축시장 평균 경매가가 523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송아지 가격 폭락은 더욱 심각하다. 2021년 9월 기준 386만8,000(6, 7개월령 암송아지)~481만3,000원(수송아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09만1,000~321만9,000원으로 33.1~46.0% 폭락했다. 지난 16일에는 197만6,000~290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생산비 378만1,000원(2021년 기준)의 절반 수준까지 하락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지금 한우산업은 농민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고 있다"며 "지난해 7월 소고기 10만 톤 무관세수입 등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인재"라고 비판했다.
사육두수 조절 실패가 가장 큰 원인
한우 가격 하락은 300만 마리 내외의 적정 사육두수 초과도 원인으로 꼽힌다. 축산업계에선 320만 마리를 넘으면 가격 폭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우 사육두수는 355만7,000마리(추정)로, 1년 전 전망치 343만 마리를 웃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도 사육두수가 계속 증가해 9월에는 365만3,000마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우 사육두수 증가는 2020년부터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야외 활동이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재난지원금까지 지급되면서 한우 소비가 늘자 축산농가에서도 공급을 확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축산당국은 한우 사육두수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가격 폭락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농협과 한우협회 등은 2019년부터 송아지를 낳지 않은 '미경산우' 출하에 대해 1마리에 20만 원을 주는 비육 지원사업을 펼쳤고, 2021년부터는 송아지를 한두 마리 낳은 '경산우' 출하까지 지원금을 확대했다. 경북도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지난해 유전체 분석을 통한 저능력 미경산우 비육 지원사업을 실시해, 1마리에 50만 원씩 축산농가에 지급하는 방법으로 2,500마리를 도태시켰다. 올해는 한우 가격 폭락을 감안해 규모를 2배로 늘릴 방침이다.
정부도 대책을 준비 중이지만 축산농가의 거센 반발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한 한우 소비 확대와 암소 감축 등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농가들의 생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금 지원과 소 사육방식 개선 시범사업 등 중장기 과제도 함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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