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당국, 정치권 인사 추가 내사
서울-지역 간 연결 고리 역할 의심
진보단체 "정상 활동, 공작으로 둔갑"
"암환자 압수수색 때 인권침해 도 넘어"
국회 진출 원내정당의 당직자를 지낸 시민단체 인사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두고 방첩당국이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물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이어주는 고리 역할을 해왔다고 의심받는다. 난수표(암호문)를 이용해 북한에 보고해온 혐의를 받는 국회의원 전직 보좌관에 이어 당직자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공안수사의 판은 더 커졌다. 반면, 표적이 된 진보 진영 시민단체들은 "무리한 공안몰이"라며 연일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7일 한국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방첩당국은 원내정당 당직자 출신인 A씨가 지역 간첩단 조직원인 B씨와 연계해 반정부 활동을 벌여온 정황을 살펴보고 있다. B씨는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등의 지령을 받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가입 반대 활동 등을 벌여온 혐의를 받는다.
방첩당국은 A씨가 서울의 정치인에게 지역 시민단체를 소개해주는 등 연결책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창원과 제주 등에 근거지를 둔 북한 연계 지하조직이 지역을 넘어 중앙 정치권에도 영향을 뻗치는 과정에서 A씨가 도왔을 수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정치권 인사의 국보법 위반 혐의 내사, 확대될 가능성
정치권 인사를 겨냥한 방첩당국의 내사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 지역 지하 조직인 'ㅎㄱㅎ'은 진보정당 전·현직 간부가 주축이며, 창원의 반정부단체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도 제도권 정당과 접촉을 시도해왔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앞서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C씨에 대해서도 국보법 위반 혐의로 내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6년쯤 베트남에서 북한 인사와 접촉했으며, 이후 각종 정보를 북측에 몰래 전달해온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지역시민단체들은 "정상적인 단체 활동을 북한 지령에 의한 공작인 것처럼 둔갑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광성 공안탄압 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원장은 "국정원의 논리대로라면 국내 시민사회 진영의 모든 활동은 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 “조직의 활동 방향을 한 사람이 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고부건 변호사는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는) 진보정당 전직 간부는 암 투병 중인데도 지난해 11월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18시간이나 하면서 혈압을 3번 측정해준 게 의학적 처치의 전부”라면서 “수사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측은 내사 여부를 묻는 한국일보의 질의에 "수사나 내사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