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무패' 김민재 영암군민속씨름단 합류
"대학생으로 다 이뤄 새 무대 도전 결심"
24일 안방서 설날대회 백두급 데뷔전
‘37년 만의 대학생 천하장사, 한 번도 지지 않은 무패 장사.’
모래판에 축구 대표팀 ‘괴물 수비수’ 김민재(나폴리)와 이름이 같은 초대형 스타가 씨름 최강 군단 영암군민속씨름단에 합류했다. 김민재(21)는 지난해 대학교 2학년 신분으로 대학 무대는 물론 단오장사대회와 천하장사대회까지 평정했다. 씨름계에 대학생 천하장사가 등장한 건 1985년 이만기(당시 경남대 2학년) 이후 처음이다.
울산대 2학년을 마치고 영암군민속씨름단에서 본격적으로 성인 무대에 뛰어든 김민재는 설날씨름대회를 앞두고 전남 영암 훈련장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고등학생 때부터 오고 싶었던 팀에 입단해 기쁘다”며 “천하장사 타이틀을 따낸 만큼 대학생으로 이룰 건 다 이뤘다는 판단에 더 큰 무대로의 도전을 택했다”고 밝혔다.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전남 장흥 출신 김민재에게 고향팀 격이다. 장흥 관산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샅바를 잡았고, 구례중과 여수공고를 졸업했다. 김민재는 “장흥에서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어린이 씨름대회에서 우승한 뒤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본격적으로 씨름을 시작했다”며 “원래 운동에 관심이 없었는데 감독님이 처음에 닭꼬치, 치킨 등 간식과 용돈을 주면서 엄청 잘해주셨다. 하지만 3개월 이후에는 확 달라지셨다”고 웃었다. 이어 “중학교 때 슬럼프를 겪었고, 고등학교 때 사기를 되찾았지만 졸업 당시에는 실업팀에 갈 정도 실력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울산대에서 주명찬 감독의 집중 조련 아래 김민재는 2년 새 최고 선수로 성장했다. 주 감독은 백두급(140㎏ 이하) 체격이지만 같은 체급 선수들에 비해 뛰어난 김민재의 순발력과 근력, 유연성 등 장점을 극대화시켰고, 여기에 선수의 노력도 더해졌다. 주 감독은 “대회를 위해 장시간 이동하는데도 (김)민재는 잠시도 쉬지 않고 상대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분석하더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대학에서 정점을 찍은 다음 고향 팀에 금의환향한 김민재는 “당당하게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김민재 영입으로 위기설이 불거졌던 영암군민속씨름단도 명문 행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스타 출신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영암군민속씨름단은 백두급 간판 장성우가 신생 팀 MG새마을금고로 이적하면서 큰 전력 누수가 생기는 듯 했지만 김민재가 오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김민재 스카우트에 공을 들인 김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인재가 잘 성장해 돌아오기를 바랐다”면서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게 도와준 영암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을 비롯한 영암군의 구애에 김민재도 “이 기회를 빌어 우승희 영암군수님과 고창회, 신창석, 김한모 후원회장님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민재의 실업팀 데뷔 무대는 오는 24일 안방 영암에서 열리는 설날대회 백두장사 결정전이다. 그는 “입단하자마자 큰 책임감을 떠안아 부담도 되지만 재미 있을 것 같다”며 “실력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자신했다. 강호동처럼 힘과 민첩성을 갖춘 김민재는 “씨름 스타일만 보면 강호동 선배와 비슷하다”면서도 “우상은 씨름 레전드 이만기 선배다. 닮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씨름하면 김민재 이름 석자가 떠오르는 게 목표”라며 “축구 김민재는 워낙 세계적인 선수라 뛰어넘기 힘들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사회 초년생답지 않게 사회성도 돋보였다. 예능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 감독에 대해 “현역 때도 씨름을 잘했는데 이후에도 지도자를 하고, 방송에도 자주 나오신다. 감독님에게 인생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또 '먹방'으로 31만7,000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거느린 윤정수 코치에 대해선 “조만간 코치님 채널에 출연해야 한다. 거절하면 사이가 어색해질까 봐 나가기로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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