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두 달 만에 13.5% 하락
美 금리인상 종료로 1,100원대 기대도
미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곧 끝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침체 기로에 선 한국 경제도 한숨 돌리게 됐다. 성장세를 억누른 불안 요인(고물가·고환율)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41.3원)보다 6.0원 내린 1,235.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4월 18일(1,234.4원) 이후 최저치다. 불과 두 달 전(1,435.3원·10월 17일 종가)보다 13.5% 빠졌다. 한때 '1,500원 돌파' 우려가 무색할 정도다.
환율이 급하게 내리막길을 탄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반영된 덕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6.5%)이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오자, 시장에선 물가와의 전쟁을 벌여온 연준의 금리 인상이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 상승률의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연준의 금리 인상은 3월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경우 수출 부진으로 휘청거리는 한국 경제 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으로 유출된 해외 투자자본이 다시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종료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은 한국 경제의 경기 하방 요인을 일정 부분 상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면 수입물가가 떨어지고 이는 다시 생산자·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린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을 우려한 한국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 역시 종료되면서 기업 투자는 다시 늘어날 유인이 높아진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휩쓴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 요인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원·달러 환율은 서서히 하락해 연말이면 1,100원대, 물가 상승률은 2%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로 지난해 7월(6.3%)을 기점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만큼 장밋빛 기대를 하긴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이 여전하고 수출 부진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마냥 하락할 것으로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13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3.50%)과 미국(4.25~4.50%)의 금리 차는 최대 1%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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