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공질서법 개정 통해 기후 시위 단속
호주도 시위로 교통 막으면 '징역' 선고
과한 처벌,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도
출근길 꽉 막힌 도로에 맨몸으로 뛰어든 사람들. 이들은 '빵빵'거리는 자동차 경적에도 "기후 위기"를 외치면서 천천히 걷는다. 교통 혼잡을 유발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환경단체들의 '게릴라식 시위' 방법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시위 양상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영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사회적 혼란'을 이유로 법까지 고치며 엄정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리시 수낵 총리는 '공공질서법' 개정을 통해 기후 시위를 단속할 계획이다. 해당 법은 '심각한 혼란'이 생길 경우 시위 등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슷한 취지로 반복되는 시위 역시 진압 대상이다. 영국 총리실은 "경찰이 시위를 중단하려 혼란이 빚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라고도 설명했다.
비폭력적이지만 시민 불편을 야기하는 기후단체들의 시위를 겨냥한 세계 각국의 법안 개정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와 빅토리아주는 시위로 교통 방해 시,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 역시 지난해 고속도로와 항구 등을 차단하는 기후 시위에 국가 기반 시설 점거 등을 범죄로 규정, 최대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이미 관련 법을 갖춘 국가에서는 집행도 엄격하게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도로에 주저앉아 교통 체증을 유발한 기후 활동가들을 구속기소했다. 추가 시위를 막는 예방 차원이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에만 100명이 넘는 기후 활동가가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구속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각국의 단호한 대처는 기후 시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궤를 같이한다. 독일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 환경단체의 도로 점거 등 시위 방식에 반대한다는 답변이 80%를 넘었다. 싸늘한 여론에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극단 환경 운동가 때리기에 나섰다. 호주에서는 기후 시위 제재법이 이례적으로 정부와 여당, 야당 모두의 지지를 받고 통과됐을 정도다.
하지만 기후 위기에 맞서야 할 정부가 비판 여론을 등에 업고, 기후 단체들의 목소리를 외면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비폭력 항의에 대한 정부의 처벌이 지나치게 과하다"라며 “기후변화라는 실존적 위협 앞에서 인권의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인권단체 리버티도 "평범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방법을 차단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엄정 대응은 결국 기후 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호주의 기후 운동을 연구해온 퀸즐랜드 대학의 로빈 걸리버 박사는 "권위주의 정권의 시위대 탄압처럼 (시위 진압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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