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서형,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인터뷰
시한부지만 일상 속 행복을 찾아가는 아내 다정 役
"지난 2009년 떠나보낸 아버지 그립기도"
그간 김서형의 대표작, 캐릭터를 떠올린다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속 파리한 얼굴의 그가 자칫 낯설어보일 수 있겠다. 죽음을 앞두고 담담하게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스스로의 자리를 정리하는 인물인 다정은 김서형을 만나 이야기 속을 뛰논다. 주 무기였던 강렬한 임팩트의 캐릭터가 아님에도 김서형은 또 한번 인생 연기를 해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김서형은 본지와 만나 왓챠 오리지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이호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암에 걸린 아내 다정(김서형)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그녀의 남편 창욱(한석규)가 '소중한 한끼'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강창래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 도서가 원작이다.극중 김서형은 잊고 지냈던 일상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다정으로 분했다.
이날 김서형은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있는 힐링 작품이다. 좋은 작품이니까 자극적이지 않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 장르물의 봇물 속에서 한 건 했다고 생각했다"면서 "제 필모그래피를 위해서 하진 않았다. 저도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고 같이 보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서형의 말처럼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작품의 색깔이 강점이다. 핵가족 시대가 도래했고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의 영역을 중시하는 것이 자리잡았다. 이러한 사회의 풍토 속에서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부부와 아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의미를 전달한다. 김서형이 보고 싶었던 가족 이야기다.
특히 김서형은 지난 2009년 아버지를 떠나보냈기에 이번 작품은 더욱 의미가 컸을 터다. 그는 담담하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꼈노라고 토로했다. "인생은 부모가 있든 없든 외로운 것이고 붙잡는다고 해서 잡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작품을 하면서) 외롭다는 감정을 느꼈어요. 제겐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더 듣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있었어요. 아빠가 그리웠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내의 유혹' '스카이캐슬' 등 임팩트 강한 역할로 큰 사랑을 받았던 김서형은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로 힘을 뺀 연기를 선보인다. 필모그래피에 변주를 주고 싶었던 욕망이었을까. 이를 묻자 김서형은 "극중 제가 맡은 다정은 시한부여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담백함이 있었다. 대본을 주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또 다른 걸 구현해 내는 게 배우다. 이 작품이 한 건했고 널리 널리 봐주십사 한다"고 말했다.
극중 시한부라는 설정은 김서형이 보다 조심스럽게 캐릭터에 접근해야 했던 이유였다. 11화에서 "시간이 없잖아"라는 대사를 언급한 김서형은 "시한부여도 여유 아닌 여유가 있고 담백해질 수 있다. 슬픔을 저 밑에 두고 남는 사람들이 죽음을 향해서 살아야 한다. 다정을 보면서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정을 통해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생각하진 않았다. 언젠가 올 것이기도 하다. 아빠가 돌아가실 땐 힘들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오히려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에 집중했다. 하루하루 내 자신에게 진심으로 잘 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느낀 바를 전했다.
그는 정치인부터 법조인, 소시오패스 등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면서 폭 넓은 캐릭터 스펙트럼을 선보였고 김서형의 강점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내 머릿속에 변주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한다"는 자신감이 기저에 깔렸기에 가능했던 지점이다. 김서형이 그간 선보였던 인물들은 모두 배우 본인이 '보고 싶은 캐릭터'였단다. 전사를 만들면서 캐릭터를 상상하고 오롯이 인물을 입는 것이다. 그의 노하우는 작품에 임하기 전부터 캐릭터를 실제 인물로 대하며 완성하는 것이다.
이번 작품으로 만난 한석규도 김서형에겐 고마운 존재였다. "선배님은 너무나 배테랑이에요. 제겐 이번 작품에서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했어요. 김서형의 이미지를 돌파하고 싶었거든요. 선배님의 작품들을 많이 보면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가야 케미스트리가 좋을까 고민했죠. 선배님을 캐릭터로서 사랑했어요."
새로운 이미지를 입는 과정을 두고 김서형은 '자신과의 경쟁'이라고 표현했다. 숨가쁘게 촬영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면서 에너지 소비보다는 매순간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이다. 김서형의 연기가 여전히 대중에게 짜릿함을 남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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