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예능 '태계일주', 1회 만 '런닝맨' 제치고 존재감 부각
시청자들 매료시킨 비결은 '진정성'
기안84의 새로운 면모 부각도 시너지 효과

'태계일주'가 신생 예능 중에서 가장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MBC 제공
'태계일주'가 신흥 예능 중에서 가장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재미와 공감 정보 전달의 삼박자가 잘 맞은 케이스다. '나혼자산다'를 통해 기안84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 연출진의 노하우가 톡톡히 담겼다.
최근 방송 중인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는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무작정 남미로 떠난 기안84와 그를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달려온 이시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현지 밀착 여행기를 담는다.
'태계일주'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리얼함'이다. 그간 숱한 여행 예능들이 시청자들을 만났고 일부는 도태됐다. 특히 연예인들의 여행 루트를 담는 포맷인 경우 식상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관찰과 여행 예능이 만나 신선했던 것은 10년 전의 이야기다. 낯선 풍경에서 스타들은 미리 세팅된 가이드 혹은 짝꿍과 함께 현지 음식을 접하고 낯선 풍경에 놀라워한다. 뜻밖의 상황이랄 것은 기껏해야 예상치 못한 날씨 정도였다. 많은 여행 예능들이 장르의 묘미였던 '리얼함'보다는 예쁜 인기 관광지를 인서트 컷으로 담기 바빴다. 그렇게 여행 예능이 점점 '다큐멘터리화' 되면서 새로운 예능들에 밀려났던 것도 사실이다.
이 가운데 '태계일주'는 진정한 날것을 내세우면서 여행 예능의 기강을 잡은 모양새다. 연출을 맡은 김지우 PD의 말을 빌리자면 기안84는 '태어났으니 사는 남자'다. 어딘가 어설프고 허술한 기안84의 무계획 남미 여행기는 앞서의 스타 여행 예능보다 친숙할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여행 동행자를 꼽으라면 예민한 이보다는 털털한 이를 택할 것이다. 걸레로 머리를 말릴 만큼 무신경한 기안84의 성격이 여행지에서는 큰 장점이 됐다. 그 어느 곳에서도 편히 눕고 무엇이든 입에 넣는 도전 정신이 부각되면서 기안84는 자연스럽게 '호감형 이미지'가 됐다. 기안84와 이시언이 현지 가이드의 집에 방문, 페루의 전통 음료 마사토를 대접받았던 장면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람이 씹어서 뱉은 뿌리 채소를 재료로 한 발효음식을 먹게 된 두 사람의 행동이 각각 다르다. 이시언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헛구역질을 하는 리액션을 보인 반면 기안84는 새로운 문화 수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시언에게 "실례야, 감사하게 먹어야 해"라고 훈수를 두는 모습은 기존 기안84가 갖고 있던 이미지와 다르기까지 하다.
때론 동행자에게 예민함을 한껏 드러내고 계획에 없던 인연을 갖고 가는 기안84의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간 대중에게 호불호가 강했던 기안84의 독특한 성격은 일상보다 여행지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아울러 예측할 수 없는 흐름도 기존 여행 예능과의 차별점이 됐다. 기안84와 현지 동갑내기 친구 포르피의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이 그렇다. 현지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기안84의 모습은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허문 리얼리티의 재미를 완성했다. 김지우 PD가 주목한 기안84의 특징이 프로그램과 잘 맞물렸고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시청률적으로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태계일주'는 최고 시청률 8.1%, 수도권 시청 가구 5.5%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또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오늘의 TOP' 상위권을 유지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본방송을 시청하고도 OTT 플랫폼을 통해 다시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시청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의미다. 이키토스에서 페루로, 또 우유니 사막으로 향하는 이들의 여정이 즐겁고 또 유쾌한 이유는 친숙하기 때문이다. 이에 '태계일주'가 김지우 PD의 바람처럼 '시즌15'까지 도달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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