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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속에서 국익 지키기

입력
2023.01.17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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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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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중 기술경쟁은 심화될까, 아니면 완화될까? 기술경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이 실행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을 중심으로 2023년 미중 기술경쟁을 전망해 본다. 먼저 미국이 새해에도 대중 견제 조치들을 확대할 것인지, 이것이 어느 지점까지 가능할지를 생각해 본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좌절과 지연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중국 첨단기술 위협 인식은 완화되지 않았다. 첨단기술 부문에서 중국 위협에 대한 인식은 시간이 흐르며 오히려 더 강화되고 중국이 도전해 오는 기술의 범위도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수출 투자 인력 규제 확대의 지속적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신임 하원의장에 대중 강경론자인 케빈 매카시가 선출되고 차기 대선을 위한 양당 간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대중 견제 강경론의 득세가 예상된다. 미국 내 대중 강경론자들의 목소리가 큰 상태에서 대중 규제로 인한 미국 기업의 피해와 미국 기술혁신 역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공식적인 담론 의제로 제기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수년 동안 중국과의 수출 투자 인력 교류 제한으로 인한 문제들이 누적되고 있어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 분출될지도 지켜보아야 한다.

미국에서 반도체 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실행되기 시작하면서 2023년에는 지원금을 어떤 방식으로 배분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될 것이다. 미국 의회와 정부가 그 지원과정에서 산업 부문 간, 외국 기업과 미국 기업 간 균형을 어떻게 잡아갈지, 지원금이 시장과 기술혁신 전반을 활성화시키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이 첨단 제조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미중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의 실질적 전개 및 효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대중견제 기술동맹 구축에 공을 들여왔고 양자 및 다자 간 기술협력 플랫폼을 발전시켜 왔다. 미국이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중 기술경쟁 전망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중국이 세계경제 성장 동력과 시장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미국에 편향된 기술협력 강화는 많은 국가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와 기업들이 부담을 감수하고 있지만 ASML의 중국 수출 증대 의지 표명 및 독일 숄츠 총리의 방중에서 보이듯 미세한 균열의 틈새도 감지되고 있다. 2023년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협력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가운데 중국 견제 동조를 위해 우방국들을 끌어당기는 미국의 구심력과 이로 인한 리스크, 특히 대중관계를 국익 중심으로 관리하려는 우방국들의 원심력 사이의 긴장이 국가와 기업 수준에서 더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것이다.

2023년에도 미중 기술경쟁을 추동하는 구조적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첨단 기술을 둘러싼 양국 갈등과 긴장은 심화될 것이며, 부분적인 디커플링이 계속될 것이고, 디지털경제의 블록화와 기술 규범 경쟁 역시 완화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한편 혁신 제재의 상호의존 토대 위에서 진행되는 기술 갈등은 양국 모두에게 혁신 비용과 불안정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미중 기술경쟁의 심화와 함께 양국 모두 디커플링과 갈등의 대내외 비용을 관리하고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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