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IB 9곳, 올해 평균 1.1% 전망
지난해 10월 IMF 2.0%, 갈수록 낮아져
정부,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하지만...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전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고물가·고금리에 내수시장도 위축되면서 1%대 성장률마저 위태롭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기획재정부·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노무라·씨티·홍콩상하이은행(HSBC)·JP모건 등 9개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평균 1.1%(지난달 말 기준)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1.4%에서 하향 조정한 11월 전망치(1.1%)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기관별로 보면 9곳 중 3곳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씨티은행(1.0%→0.7%)과 HSBC(1.5%→1.2%)가 0.3%포인트씩 하향 조정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도 2.0%에서 1.9%로 내려잡았다. 상향 조정한 기관은 노무라증권(-1.3%→-0.6%)이 유일했으나, 올해 역성장 예측을 유지했다. 나머지 5곳은 전달과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는 점은 한국 경제가 경기침체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한 달 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은 각각 1.8%, 1.7%로 전망했고, 지난달 21일 기획재정부는 다시 1.6%로 낮췄다. 이어 같은 달 말 주요 IB 9곳은 1.1%까지 끌어내렸다. 이들은 물가 상승 압력과 그에 따른 통화긴축 정책, 주요국의 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출 위축 등을 경기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 성장률 전망에 나날이 먹구름이 끼는 건 수출·소비·생산 등 모든 주요 경지지표가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지난해 사상 최대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10일 수출 역시 급감하면서 같은 기간 무역수지도 마이너스(62억7,200만 달러 적자)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재부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4.5%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소매판매는 뒷걸음질치고 있고, 전 산업 생산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기 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 경제동향에서 “수출 부진 심화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는 모습”이라며 경기 위험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올해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수출 부진과 고물가·고금리 모두 세계 경기와 밀접한 탓에 정부의 비상 대책만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고,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물가를 잡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경기 하강 요인까지 겹쳐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미국·유럽의 경기침체와 높아진 금리 부담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오히려 올해 한국 경제의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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