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내면 집회한다"... 건설노조 간부 사칭 영세업체 뜯은 2인조 검거

거절하면 현장 집회 열어 공사 방해
현장 불법 촬영 고발하겠다 협박도

강원 강릉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건설기계노동조합 간부를 사칭해 공사 현장을 돌아다니며 노동조합 활동비 명목 등으로 6,000여만 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 강릉경찰서는 "폭력행위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공갈) 혐의로 50대 2명을 붙잡아 A씨를 구속하고,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 등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강릉과 속초, 양양 등 강원도 일대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6곳을 돌며 건설업체에 조합원 채용 강요하고, 노조 전임비·발전기금 등 명목으로 6,000여만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업체에서 요구를 거절하면 건설 현장 앞에서 집회를 열어 작업을 방해하고, 공사 현장의 경미한 위반 사항을 몰래 촬영해 고발하는 방식으로 협박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모 노동조합 강원지부 총괄지부장, B씨는 주문진·양양·속초지회장을 각각 사칭했으나, 실제 노조에 가입한 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갈취한 돈을 생활비와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를 본 업체는 대부분 영세 하청업체로 과태료나 공사 지연이 무서워 한 곳당 300만~2,000만 원을 이들에게 빼앗겼다"며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릉=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