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의 교육법, 윤준수 대구 본영어린이집 원장
주 1회 이상 야외수업, 20년째 이어가는 특별한 교육법
잘 노는 아이가 학습 능력과 사회성이 더 뛰어나
성격장애 가진 유아 야외수업 통해 호전되기도
"잘 노는 유아가 학습 능력과 사회성에 더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검증된 만큼 잘 놀리는 교육법을 이어가겠습니다."
대구 달서구 본동 본영어린이집은 여느 어린이집과는 달리 외부 활동이 많다. 이곳의 놀이터에서는 항상 유아들이 북적인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주일에 한번씩 인근 산을 찾아서 숲놀이를 한다.
윤준수(58) 본영어린이집 원장은 "유아가 자연과 놀이를 통해 새로운 경험과 인지, 학습, 창의력의 폭을 넓혀지는 것"이라면서 "20년을 이어오니 '숲어린이집'이라고 부르는 학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의 보육 철학은 잘 놀리고 잘 먹이고, 잘 쉬는 것이다. 그는 "잘 노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훨씬 인지능력과 창의력, 사회성까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유아기 때는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따라 하므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아에게는 보육과 교육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유아기 때는 얌전하고 활달한 성격이 구분되지 않는 데다 자아가 형성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과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곧 보육이자 교육이라는 것.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유아기에 호기심은 곧 학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환경적인 요건이 중요합니다. 어린이집 내에서 정해진 놀이만 하는 것과 산과 들에서 자연을 이용해 노는 법을 배우는 것은 유아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어린이집에서 가장 큰 교실은 원내에서 100m 정도 떨어진 마을 산 '학산'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낮은 데다 수종이 다양해 매주 1회 정도 아이들은 이곳을 찾아 마음껏 뛰어논다. 자연에서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놀아본 아이들은 오히려 장난감이나 휴대폰보다 더 좋아한다는 것이 윤 원장은 지론이다. 실제 약간의 성격장애를 가진 유아의 경우 야외수업을 통해 호전되기도 했다는 사례도 있다.
그는 "한 유아는 지독하게 휴대폰에 집착해 부모가 걱정이었는데 산을 찾아 노는 것에 관심이 돌려진 후 부모가 '비법이 뭐냐'고 묻기도 했다"며 "이따금 찾아오는 성인이 된 제자들이 '어릴 때 선생님들과 학산에서 놀던 기억이 떠올라 찾아왔다'는 말을 들으면 저만의 보육 철학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원장의 보육 철학은 놀이터에서도 이어진다. 그의 어린이집 놀이터 바닥은 흔한 우레탄 고무판이 아닌 모래로 채워져 있다. 관리가 번거롭고 일부 학부모들의 지적이 있지만 그는 보육의 일환이라고 단언한다.
"여느 놀이터보다 깨끗하게 관리한다고 자부합니다. 가끔 고양이가 실례를 해놓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왜 고양이가 모래에 배설물을 싸놓는지에 대해서도 학습이 되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모래만큼 좋은 장난감이자 학습 도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건만 되면 흙으로 만든 텃밭을 만들어 아이들과 농작물을 키워보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고가의 교재나 시설보다 더 좋은 교육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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