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기타리스트' 제프 벡, 급성 수막염으로 별세...향년 78세

향년 78세... 생전 그래미상 8번 수상하기도

영국의 세계적인 록 기타리스트 제프 벡이 급성 세균성 수막염으로 투병 중 10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78세. 제프 벡은 록 그룹 '야드버즈'와 '제프 벡 그룹'에서 활동했던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이다. 사진은 제프 벡이 2010년 2월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하는 모습. 뉴시스

영국 출신의 전설적인 록 기타리스트 제프 벡이 별세했다. 향년 78세.

벡의 공식 웹사이트는 11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벡이 급성 세균성 수막염으로 어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깊은 슬픔 속에 벡의 가족을 대신해 그가 사망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국내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 에릭 클랩턴, 지미 페이지와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던 벡은 1944년 영국 웰링턴에서 태어났다. 1965년 블루스 록 밴드 야드버즈에 합류해 '하트 풀 오브 솔(Heart Full Of Soul)', '아임 어 맨(I'm A Man)' 등을 발표했으나 1년 만인 1966년 탈퇴했다.

이후 벡은 하드 록, 재즈, 펑키 블루스,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을 선보이며 호평받았다. 대표곡 중 하나인 1967년 발표한 '벡스 볼레로(Beck's Bolero)'에는 이듬해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을 결성하게 되는 지미 페이지와 존 폴 존스가 참여하기도 했다. 벡은 생전 그래미상을 8번 수상했으며 로큰롤 명예의전당에도 야드버즈의 멤버와 솔로 아티스트로 2번 이름을 올렸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지 롤링 스톤즈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명' 중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록 기타리스트 제프 벡이 급성 세균성 수막염으로 투병 중 10일(현지시간) 타계했다. 사진은 제프 벡이 2011년 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암 극복 콘서트에서 공연하는 모습. 뉴시스

벡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도 유명했다. 테너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팝스타 메이시 그레이, 크리시 하인드 등 수많은 보컬리스트와 함께 곡을 만들었다. 특히 록 스타 로드 스튜어트와는 1968년 발매한 음반 '트루스(Truth)'에 이어 이듬해 공개된 음반 '벡-올라(Beck-Ola)' 작업도 함께했다.

1973년에는 베이시스트 팀 보거트, 드러머 카민 어피스와 함께 그룹 '벡, 보거트 앤드 어피스(Beck, Bogert and Appice)'를 결성하며 다시 밴드 활동을 이어갔다. '스위트 스위트 서렌더(Sweet Sweet Surrender)'를 비롯한 명곡이 이때 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비틀스의 앨범 대부분을 담당했던 프로듀서 조지 마틴과 함께 1975년 '블로 바이 블로(Blow by Blow)', 1976년 '와이어드(Wired)' 등의 명반을 탄생시켰다.

그의 부고에 음악계 동료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헤비메탈의 시초로 여겨지는 영국 밴드 블랙 새버스의 토미 아이오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벡은 정말 좋은 사람이자 상징적이며 천재적인 기타리스트였다"며 "벡과 같은 사람은 또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미국 록 밴드 키스의 진 시몬스도 “벡이 세상을 떠났다는 가슴 찢어지는 소식을 들었다”며 “아무도 제프처럼 기타를 연주하지 못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영국 가수 폴 영 또한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벡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며 “그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기타리스트들의 기타리스트였다. 상실을 겪은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애도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