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주역'의 구덕괘, 천택리(天澤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주역'의 구덕괘, 천택리(天澤履)

입력
2023.01.14 09:00
0 0

문인화가 사공홍주

'주역'은 우주자연의 섭리와 세상만사의 질서를 64개의 괘상(卦象)으로 표현한 점서(占筮)이자 공자 이후 수많은 성인 학자들의 철학과 인간 이해가 깃든 인문학적 사유의 정점이다. 전통적으로 동양문화에서 '주역'은 우주 만물의 운행과 인간 삶의 본질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원리로 수용되어 왔다. 다만 그 사상이 심오하고 해석의 난해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에 필자는 『주역』의 상을 그림으로 읽어냄으로써 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일반인들의 삶에 보다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주역의 괘상은 기본적으로 음(--)과 양(─)의 원리를 통하여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삶을 설명한다. 필자는 이 괘상의 평면적 도형을 예술성과 결합시킴으로써 여백의 배치와 획의 변화를 통해 입체적 공간으로 확장하여 심미성을 부여하고, 나아가 각각의 괘상이 함유한 본질적 의미를 강조함으로써 감상자들의 삶과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감상자들은 작품으로부터 절제되고 강렬한 예술성뿐만 아니라 자신의 온전한 삶의 가치와 지혜를 느끼게 되며, 작품에 담겨 있는 변화의 기운이 감상자의 생명의 기운과 동화되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런 만큼 '주역'의 구덕괘(九德卦) 가운데 한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구덕괘는 문왕(文王)과 주공(周公)이 여러 불가항력의 상황에 처한 세상의 우환(憂患)을 근심하여 이를 토대로 덕을 갖춘 아홉 가지 괘를 말한다. 또한 그 구성은 삼진(三陳)으로 이루어지는데, 1진은 괘가 지닌 덕의 특성을 말하고, 2진은 덕의 작용을, 그리고 3진은 덕의 쓰임을 말하고 있다.

천택리

천택리

'천택리(天澤履)

천택리 삼진(三陳)의 뜻

1진은 덕의 터전이요(德之基)

2진은 조화로움이 지극함이요(和而至)

3진은 조화가 실행됨이다(和行)'

이 괘를 살펴보면 위에는 강건함을 의미하는 하늘이 있고, 아래는 기쁨을 의미하는 연못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리(履)는 밟는다, 실천한다는 뜻으로 강건한 하늘의 뜻을 상징하는 성인(聖人)의 도(道)를 기쁜 마음으로 실천한다는 의미이다.

'주역'의 근본 원리는 바로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다. 천인합일이란 하늘과 인간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뜻이다. 리(履)는 하늘의 법칙을 따라 인간의 법칙인 예(禮)를 제정하고,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리자(履字)를 파자하면 주검을 뜻하는 시(尸)속에 돌아올 복(復)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는 어머니 태중에서의 마침을 의미하는 주검이며, 복은 어머니의 태중 밖으로 태어남인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리(履)는 죽음으로써 새로이 태어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64괘의 순서 중에서도 리괘는 완전함과 하늘을 상징하는 숫자인 10번째다. 리괘 다음에 11번째인 태괘(泰卦)를 둔 것은 태가 새로운 시작과 열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곧 아이가 어머니 태중에서 10달 동안 머물면서 완성을 이루어 삶의 새로운 시작으로 태어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천택리를 형상화했다. 사공홍주 제공

천택리를 형상화했다. 사공홍주 제공


위의 작품은 모든 색의 바탕이 되는 흑과 백, 그리고 땅을 상징하는 노란색을 사용하였다. 땅은 우주의 바탕으로 만물을 태어나게 하고 그곳에서 길러내며, 모든 방향을 주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또한 6효(爻) 가운데 유일한 음효인 세 번째 효를 중심 획으로 삼았다. 득중(得中)을 의미하는 선비의 자리인 2효는 검은 획으로 처리하였으며, 임금의 자리인 5효는 노란색으로 구성하였다. 여섯 개의 효를 모두 화면의 중앙에 배치한 것은 구덕괘 중에 첫 번째 덕이란 뜻으로 시각적으로 화면 전체를 보았을 때 강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며, 또한 첫 번째 덕이라는 의미의 숫자 일(一)를 상징한다.


사공홍주

사공홍주


사공홍주 문인화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