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옥근·STX 등 유사사건 판례 분석해 법리 검토
위법·부당 청탁 아니라도 대가성 있으면 부정한 청탁
이 대표 측 "후원금 아닌 광고비… 적법한 행정" 반박
제3자 뇌물죄 법리 까다로워… 양측 판례 검토에 주력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소환 조사한 검찰이 이 대표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다지기 위한 마지막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면세점 특혜 의혹' 사건 등 과거 판결들을 분석해,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측 역시 유사사건 판례 검토를 통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옥근·STX, 박근혜·신동빈 사건 분석
1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는 10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제3자 뇌물죄로 유죄가 확정된 판례 수십건을 집중 분석했다. 단순뇌물죄(형법 129조)과 달리,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하려는 제3자뇌물죄(형법 130조)는 범죄 구성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선례도 드물어 법리를 정교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정옥근 전 해군총장의 STX 뇌물수수 사건'을 주요 참고 판례로 꼽았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9월 STX 측으로부터 장남 요트회사를 통해 7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로 2017년 징역 4년을 확정 받았다. 사건 구조가 성남FC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법원이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부정한 청탁'에 주목한다. 법원은 당시 "정 전 총장이 계속적인 후원금 독촉 내지 요청을 해 STX 측은 사업상 불이익 등을 우려했다"며 "(STX 측이) 후원금을 건넨 이상 제3자 뇌물공여죄에서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전달 과정에서 성남시와 후원 기업 사이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불거졌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면세점 특혜 의혹도 검찰이 유사 사례로 꼽는 사건이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요구에 따라 최순실씨 주도로 설립한 K스포츠재단을 지원한 뒤 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다.
'신 회장=두산건설 등 후원 기업', '박 전 대통령=이재명 성남시장', 'K스포츠재단=성남FC', '면세점 사업자 선정=부지 용도 상향 등 인허가' 등의 구조로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신 회장은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재명 측 "적법한 행정"...대가성이 핵심 쟁점
이 대표 측은 그러나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려는 검찰 주장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성남FC에 지급된 돈은 '후원금'이 아닌 '광고비'이며, 기업들의 개발부지 용도 변경 등도 적법하고 정당한 행정 행위이기 때문에 유죄 판결이 나왔던 과거 사례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 역시 제3자 뇌물죄와 관련한 판례를 20개 이상 참고했으며, 검찰 조사에서도 이를 토대로 혐의를 부인했다.
수도권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청탁 내용이 부당한지 여부와 별개로 대가성이 있다면 이를 부정한 청탁으로 본다는 게 법원 판례"라며 "결국 기업들이 받은 부지 용도 변경 등의 혜택과 성남FC에 건넨 후원금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었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성남시에서 혜택을 받을지 알고 있었는지, 이를 노리고 후원을 했는지를 밝히는 게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 안팎에선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등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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