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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망치고 세금 뿌리며 제트기 왜 탔니"…영국 총리도 '기후 악당' 대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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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망치고 세금 뿌리며 제트기 왜 탔니"…영국 총리도 '기후 악당' 대열에

입력
2023.01.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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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이동 위해 36분 제트기 탑승
기차 탑승시보다 9배 많은 탄소 배출
"경제 어려운데 세금으로 호화 출장"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9일 런던에서 영국왕립공군 제트기를 탑승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 플리커 캡처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9일 런던에서 영국왕립공군 제트기를 탑승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 플리커 캡처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기후 악당’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기차로 두 시간 남짓 걸리는 여정에 '기후 파괴 주범'으로 꼽히는 제트기를 이용하면서 엄청난 양의 탄소 배출에 일조한 까닭이다. 총리실은 바쁜 일정을 감안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해명했지만, 영국이 '탄소배출량 감소'를 공언한 상황에서 총리가 이율배반적 행동을 한 데 대한 반응은 냉랭하다.

기차로 2시간 거리 제트기로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수낵 총리의 제트기 탑승을 두고 영국이 시끄럽다고 보도했다. 수낵 총리는 전날 잉글랜드 북부 도시 리즈의 러틀런드 의료센터를 방문해 270만 파운드(약 37억 원) 투입 등의 내용이 담긴 의료 정책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이동 수단’이 문제가 됐다. 런던에서 리즈까지 거리는 200마일(약 321㎞). 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기차를 타면 2시간 20분가량 걸리지만, 수낵 총리는 영국왕립공군(RAF) 제트기를 이용했다. 걸린 시간은 36분이었다.

부주의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유럽 전역에서 초여름 같은 겨울 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위기감이 팽배한 터에 기상위기 악화 주범인 제트기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해 11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COP27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샤름 엘 셰이크=EPA 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해 11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COP27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샤름 엘 셰이크=EPA 연합뉴스

영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이 0인 상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2040년까지 영국 내 항공기의 탄소배출량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는 ‘제트 제로’ 정책을 발표했다. 항공 부문은 영국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22%, 탄소배출량의 7%를 차지한다.

수낵 총리는 지난해 11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 “탄소 배출 감소에 대한 영국의 약속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며 다른 국가에 기후 공약을 따르라고 촉구했다. 앞에서는 기후변화 위험성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뒤로는 멀지 않은 거리를 마치 ‘택시 타듯’ 제트기를 이용하는, ‘언행불일치’인 셈이다.

1시간 13분 비행에 탄소 3톤 배출

그렇다면 수낵 총리는 짧은 이동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을까. BBC방송이 추산한 결과는 이렇다. 총리가 탑승한 프랑스 다쏘사 제트기 팔콘900LX는 시간당 항공 연료 약 260갤런(약 984리터)을 태운다. 리즈로 가는 데 걸린 시간(36분)과 런던으로 돌아갈 때 걸린 시간(37분)을 합해 총 1시간 13분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소모된 연료는 총 316갤런(약 1,200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톤에 달한다.

각료들이 동행해 14인승 제트기가 만석이었다고 가정하면 1인당 214㎏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일정에는 헬렌 웨이틀리 보건부 장관 등 관계자들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구간에서 기차를 탔다면 1인당 24㎏의 탄소를 배출했을 것이다. 결국 하늘 길을 이용한 대가로 지구에 9배나 많은 부담을 안겼다는 얘기다.

지난달 21일 영국 런던에서 구급대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영국 런던에서 구급대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은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총리실 대변인은 “시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총리의 교통수단은 다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기차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던 데다, 수낵 총리가 지난해 5월 웨일스에서 열린 보수당 만찬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개인 헬기를 띄웠던 전력도 있어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민 생활고 허덕이는데 '사치 출장'

‘세금 낭비’는 또 다른 비판 요인이다. 수낵 총리가 탄 제트기는 주로 군인을 작전지역으로 수송하는 임무에 투입된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운용된다는 의미다.

최근 영국에서는 사상 최고 수준의 에너지 요금과 두 자릿수로 치솟은 물가에 실질 임금이 쪼그라들면서 시민들이 생활고를 호소하고 지갑을 닫고 있다. 음식점, 술집 등 영세 업체는 줄줄이 문을 닫았고 파업도 잇따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 수장이 불편을 감수하긴커녕 호화 출장을 다녀오자 야당은 거센 비난에 나섰다.

앤절라 레이너 노동당 부대표는 “생활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국 가정들은 수낵 총리의 ‘사치스러운 쇼’에 분노할 것”이라며 “36분 비행에 얼마나 많은 세금이 낭비됐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럴라인 루카스 녹색당 의원 역시 “총리의 제트기 이용은 납세자와 기후, 모두에 용인할 수 없는 비용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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