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사의 표명 하루 만에 "문자 확인"
윤석열 대통령이 당대표 출마 등으로 친윤석열(친윤)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1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나 부위원장이 김대기 비서실장에게 문자로 사의를 표명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오후 2시 30분쯤 나 부위원장 사의 표명 보도가 나온 직후엔 "저희 입장에서는 들은 바가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나 부위원장이 전날 저녁 자택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문자와 유선 등 두 가지 방법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거듭 밝히자, 하루 만에 인정한 것이다. 다만 나 부위원장의 사의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이 지난 6일 '출산 시 대출 탕감' 정책 추진 의향을 밝힌 나 부위원장을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한 데 이어 나 부위원장의 전날 사의 표명으로 양측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에선 특히 나 부위원장이 김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문자로 '일방 통보'한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화도 아닌 문자로 의사를 표하는 것은 고위공직자로서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게 아니냐"라고 했다.
나 부위원장이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장관급)직에 대해 유지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나 부위원장 측은 "한꺼번에 두 직책을 내려놓으면 대통령실에 항명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전히 양손에 떡을 쥐고 있겠다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사의 표명으로 나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 출마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민들이 현재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계실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국민 생활에 밀접한 복지 정책, 특히 저출산 정책을 컨트롤하는 저출산위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큰데 정치적 상황에 발목을 잡힐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느 쪽이든 최적의 타이밍을 보고 결단을 내리시지 않겠느냐"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