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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전 98기' 이가영 "골프하고 처음 여행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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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전 98기' 이가영 "골프하고 처음 여행 다녀왔어요"

입력
2023.01.12 06: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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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여행 가본 적 없이 훈련한 근성
생애 첫 우승 후 휴식 중요성 깨우쳐
"내 2022시즌은 70점... 채워야 할 부분 많아"
"전지훈련 잘 준비해 더 좋은 모습 보여줄 것"


2022년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이가영이 10일 서울 마포구 디자인페이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2022년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이가영이 10일 서울 마포구 디자인페이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골프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일본으로 2박 3일요.”

인터뷰 시작에 앞서 인사를 겸해 비시즌 근황을 물어보자 이가영(24)이 밝은 미소와 함께 자랑하듯 한 말이다. 귀를 의심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이가영이니 12년 만에 처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인데 당연히 잘못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되물음에 그는 “맞아요. 저 처음 여행이었어요”라고 멋쩍게 웃었다.

그 순간 2년여 전 이가영과 했던 인터뷰가 머리를 스쳤다. 2021년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대회에서 우승에 목말랐던 이가영은 “주변에서 내가 ‘독기가 없어 우승을 못한다’고도 하는데 저 겉모습과는 달라요. 욕심 있고, 근성도 있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2년 넘게 여행 한 번 가지 않고 골프채만 잡아온 이가영에게 ‘독기가 없는 선수’, ‘너무 착해 우승 못하는 선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5년 차를 맞는 이가영은 아마추어 시절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2015년부터 3년 동안 국가대표를 지내며 동갑내기 최혜진(24)과 주니어 여자 골프 최강 자리를 다퉜다. 특히 2018년 KLPGA 드림투어 데뷔 후에 2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랭킹 3위에 올라 KLPGA 투어에서도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는 2019년 1부 투어 데뷔 후 4년여 동안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97차례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4차례와 ‘톱10’ 22번의 준수한 성적을 꾸준히 냈지만 ‘화룡점정’을 이루지 못했다. 연장전에서 패하기도 했고, 선두를 달리다 막판에 역전당하기도 하는 등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다. 그렇다 보니 이가영에겐 뒷심이 부족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랬던 이가영이 마침내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시 익산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97전 98기’였다.

이가영은 지난해 시즌을 시작하며 ‘더 독해지자’고 스스로를 다그쳤다고 한다. “2등을 많이 하니까 그런 마음이 생겼다. 또 오기도 생겼다”고도 말했다. 우승 후 무엇이 가장 좋았냐는 질문에 그는 “한 번 이렇게 우승을 했으니까 또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말하자면 자신감과 자기 확신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2022년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이가영이 10일 서울 마포구 디자인페이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2022년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이가영이 10일 서울 마포구 디자인페이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이가영은 골프채를 거의 잡지 않았다고 한다. 선수에게 훈련 못지않게 휴식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첫 우승도 코로나19 확진으로 예정에 없던 긴 휴식 후 달성했다. 그는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 한 4, 5주 동안 스윙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는데 어느 순간 골프가 잘 맞기 시작했다”며 "이미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 있었는데 계획에 없던 휴식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가영 스스로 평가하는 2022시즌은 ‘70점’이다. 고대하던 우승까지 하고 상금 순위도 9위로 마감했는데 너무 박한 점수 아니냐고 하자 그는 “아직 채워야 할 부분이 많은데 80, 90점을 주면 채울 부분이 없어지는 거잖아요”라는 현답을 내놨다.

아직 채워야 할 많은 부분이라는 것은 숏 게임, 특히 그린 주변 어프로치다. 이가영은 15일부터 50여 일간 태국 방콕으로 떠나는 전지훈련 동안 숏 게임을 집중 훈련할 계획이다. 긴 훈련이지만 든든한 동반자들도 함께 한다. 동갑내기 친구인 최혜진과 이가영이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김세영(30)이 동행할 예정이다. 이가영은 지난 시즌 동안 체력 훈련의 중요성도 깨우쳤다. 그래서 비시즌 동안 골프 클럽은 잡지 않았어도 하루 2시간 넘는 체력 훈련은 거의 거르지 않았다.

이가영의 새 시즌 목표는 ‘기록의 성장’이었다. 당연히 우승을 거론할 줄 알았지만 그는 “그린 적중률이나 퍼팅률 등 수치상 모든 기록이 나아지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이어 “2022시즌도 전 시즌보다 수치상 기록이 모두 나아졌기 때문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승, 3승을 하는 것도 목표지만 수치상 기록이 나아지면 자연스럽게 우승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가영은 자신을 딸처럼, 조카처럼 아껴주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승을 하지 못할 때도 팬들이 가족처럼 똑같은 마음으로 대해주셔서 제가 더 잘 된 것 같다”면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전지훈련을 잘 준비해서 더 좋아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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