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신임 감독으로 선임됐던 김기중 전 코치가 끝내 감독직을 고사했다. 흥국생명은 이에 앞서 이영수 수석코치마저 단 한 경기만 치르고 감독대행직을 내려놓은 상태여서, 남은 시즌을 김대경 코치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치르게 됐다.
흥국생명은 10일 “(새로 선임했던) 김기중 감독이 지휘봉을 잡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구단을 통해 “배구계 안팎에서 신뢰를 받아도 어려운 자리가 감독직인데,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현 상황이 부담스럽다. 지금 감독직을 수행하는 것이 그동안 노력해 준 선수단과 배구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고사 사유를 밝혔다. 흥국생명은 “김 감독의 뜻을 존중해 당분간 김대경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을 예정”이라며 “아울러 감독 선임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은 “감독의 방향이 구단의 방향성과 다르다”는 이유로 지난 2일 권순찬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이어 6일에는 4년간(2018~22) 흥국생명 수석 코치를 지낸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 감독마저 뒤늦게 감독직을 고사하면서 혼란만 가중시키게 됐다.
흥국생명은 아울러 별도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구단의 경기 개입 △성급한 감독 경질 △새 감독 선임 과정에서 생긴 불협화음에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구단은 "먼저 구단의 경기 운영 개입 논란, 감독 사퇴와 갑작스러운 교체로 배구와 흥국생명 배구단을 아껴주신 팬들께 심려를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또한 이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도 머리 숙여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사태는 배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경기운영 개입이라는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됐다. 결코 용납될 수도 없고, 되풀이돼서도 안 될 일임에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수 기용 개입’이 아닌, ‘경기 운영 개입’이라고 포괄적으로 밝힌 부분은 향후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단 안팎에서는 “구단이 선수 기용까지 개입했고 그 과정에서 권 전 감독이 경질된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팀의 간판 스타 김연경과 김해란도 구단의 선수 기용 개입에 대해 “선수들도 다 알고 있었다. 마음 상한 선수들도 있었고, 저 또한 감독님께 마음 상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구단은 그러나 이번 사과문에서 ‘선수 기용 개입'이 아니라 포괄적인 ‘선수단 운영'과 관련한 갈등이 경질 배경이라는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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