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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지갑 "내 건데요" 가져가면 절도일까 사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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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지갑 "내 건데요" 가져가면 절도일까 사기일까

입력
2023.01.11 11:40
수정
2023.01.11 16: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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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절도죄, 2심 사기죄 벌금 50만원
대법 "매장 주인 기망해" 사기죄 결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타인이 분실한 지갑을 자기 것처럼 속여 제3자로부터 넘겨받았을 경우 절도죄가 아닌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피해자가 잃어버린 지갑을 자기 것이라고 속여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사기죄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5월 서울 종로구의 한 매장에서 앞선 손님 B씨가 떨어트린 지갑을 매장 주인으로부터 넘겨받았다. 당시 주인이 A씨에게 "이 지갑이 선생님 것이냐"고 묻자, A씨는 "맞다"고 말한 뒤 지갑을 챙겨서 매장을 빠져나갔다. 분실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 B씨는 A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A씨를 절도죄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검찰 공소사실대로 A씨에게 절도 혐의를 적용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지갑을 내 것으로 오인해 받았으며, 매장 주인 의사에 반해 침탈한 것이 아니기에 절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자 2심에서 주위적 공소사실(선순위로 판단받고자 하는 범죄사실)인 절도죄 외에도 사기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매장 주인이 자발적으로 A씨에게 지갑을 건넸다고 하더라도, 해당 행위가 A씨의 거짓말로 이뤄졌다면 사기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2심은 A씨의 사기 혐의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놓고 간 물건을 습득한 매장 주인은 이를 반환할 수 있는 권능 및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매장 주인을 속여 지갑을 받은 A씨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규정하는 기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A씨가 주장했듯 매장 주인이 자유의지로 지갑을 건넸다는 점에서 절도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A씨는 결국 2심에서 사기 혐의로만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절도 혐의도 인정해달라"는 검찰 요청을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이 판결은 확정됐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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