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된 피해자만 47명, 신탁 사기 속아
소유권 없는데도 임대해 보증금 빼돌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 밀집된 다가구주택.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담보 신탁으로 부동산 소유권이 넘어갔는데도, 임차인을 속여 임대차 계약 보증금 38억 원을 가로챈 전세사기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60대 남성 A씨와 중개보조원 및 명의대여자 각 5명 등 1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실소유자 A씨와 중개보조원 B씨는 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이들은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할 권한이 없는데도 2017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총 47명과 전ㆍ월세 계약을 맺고 보증금 38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서울 관악ㆍ구로구 일대에서 주택담보 대출과 전세 보증금을 종잣돈 삼아 빌라, 오피스텔 등 보유 주택 수를 늘렸다. 매입한 집을 신탁회사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아 다시 주택을 사들이는 수법을 썼다. 대출 과정에서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이전됐지만, 그는 임차인에게 집을 임대해 보증금을 받아냈다. 보증금은 다시 신규 주택 매입에 투입됐다. A씨는 실제 거래금액 보다 낮은 가격을 계약서에 적어 담보가치를 높이는 수법으로 약 13억 원을 대출받은 혐의도 있다.
B씨는 임차인을 속이는 역할을 맡았다. 보증금을 돌려 줄 것처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A씨로부터 건당 100만~200만 원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B씨는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보증금 상당의 ‘약속어음 공증’을 해주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제보가 계속 들어와 15건 정도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신탁 부동산 사기’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법 점유자로 몰릴 수 있는 만큼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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