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으로 1년 6개월 만에 '이프덴'으로 뮤지컬 복귀
"인생 고민 연기하는 '이프덴', 인생 2막 첫 작품으로 기억될 것"
뮤지컬 배우 정선아(38)는 2002년 '렌트'의 미미로 데뷔했을 때 눈부시게 빛났다. 고등학교 3학년, 만 18세의 나이로 오디션을 통해 따낸 주인공 역이었다. 이후 대극장 주역을 줄줄이 꿰차며 '꿈의 배역'을 모두 거친 나이가 고작 서른. 데뷔 10년 만에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룬 그에게 공허와 교만, 슬럼프가 찾아왔다.
하지만 데뷔 20년을 넘기고 엄마로서 인생 2막을 열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는 주로 맡았던 화려한 캐릭터의 가발과 메이크업을 내려 놓고 뮤지컬 '이프덴'에서 이혼을 겪은 서른아홉 살의 엘리자베스를 연기하고 있다. 이제는 "노래·연기 잘하는 정선아"보다 "이야기를 잘 전하는 배우, 내 인생을 돌아보게 해 준 배우 정선아"라는 칭찬을 더 많이 듣고 싶다.
지난해 출산으로 1년 6개월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정선아는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말 행복한 공연을 하고 있다”는 말로 복귀 소감의 운을 뗐다.
"지난달 첫 공연을 마친 뒤 펑펑 울었어요. 아주 긴 시간은 아니지만 무대를 벗어나 있으면서 느꼈던 불안감, 새로운 연기로 예전만큼 사랑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는데 객석의 뜨거운 반응이 응원이 됐어요. 20년간 꾸준히 뮤지컬 한길을 걸어온 데 대해 보상받은 기분이었죠."
'이프덴'은 사소한 선택으로 갈라진 엘리자베스의 두 갈래 일생을 풀어낸 뮤지컬로 임신과 육아의 고충,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 현대인의 보편적 고민을 다룬다.
정선아는 출산 후 첫 복귀작으로 '이프덴'을 선택한 데 대해 "세밀한 연기를 향한 목마름이 항상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과 출산을 겪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며 "인생 2막을 연 첫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위키드'의 글린다, '아이다'의 암네리스 등 화려한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하는 역할로 각인된 그에게 이번 공연은 큰 도전이었다. "가발과 메이크업을 줄이고 연기 비중이 큰 배역을 맡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두려웠어요. 그동안 용기가 없었는데 아기를 낳고 나니 안 가 봤던 길을 개척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죠. 임신으로 늘어난 체중 22㎏을 줄이려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야 했고 대사가 많아 '나머지 연습'이 필요하긴 했지만요."
최근 많은 뮤지컬 배우가 TV 드라마와 영화, 예능을 오가며 맹활약 중이지만 정선아는 보기 드물게 영화나 드라마로 눈을 돌리지 않고 공연에만 매진해 왔다. 그는 "동료 뮤지컬 배우들이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멋있고 응원하고 싶지만 나는 아직까지는 뮤지컬이 더 좋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있을 때 '내가 이것 때문에 태어났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는 공연이 정말 좋아요. 어릴 땐 멋모르고 '짧고 굵게'가 인생 모토였는데 지금은 잘아도 길게 사랑받으며 인간미 버리지 않고 동료들과 즐겁게 공연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이야기의 메시지를 무대에서 잘 전달하는 책임감 있는 배우가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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