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반값등록금' 도입 후 10년간 동결
대학순위 300위 추락·휴학생 비중 27.9%
시립대 총학 "학생들에 책임 전가" 부당
등록금 올리면 국가장학금 지원 중단돼
서울시의회가 올해 서울시립대 지원 예산을 100억 원이나 삭감하면서 대학 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시립대는 2012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전국에서 처음으로 ‘반값등록금(등록금 50% 인하)’을 시행한 이후 등록금을 10년째 동결해왔다. 시 지원이 대폭 감소하면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해졌지만, 학생들 반발과 정부 재정지원 중단 등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반값등록금 시행 후 대학순위 300위 추락ㆍ휴학생 비중도 높아”
지난해 기준 시립대 총 예산은 1,238억 원이며, 이 중에서 시 지원금은 844억 원으로 68%를 차지한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6일 본회의에서 올해 서울시의 시립대 지원 예산을 477억 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당초 서울시가 제출한 577억 원에 비해서도 100억 원이나 더 깎였다.
시의회 측이 밝힌 예산 삭감 이유는 ‘대학 경쟁력 약화’다. 영국에서 발표하는 ‘세계 대학 랭킹(QS)’에서 시립대는 2012년 500위권에서 10년 뒤인 2022년 800위권으로 밀려났다. 외국인 교원 비율, 교원당 논문 수 등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 다른 대학 진학을 준비하기 위한 휴학생 수도 많다. 지난해 4월 기준 시립대 재적생 대비 휴학생 비율은 27.9%로 서울 소재 대학 평균(22.9%)보다 5%포인트 높았다. 자퇴생도 2020년과 2021년 각각 254명(2.77%)과 275명(3.16%)에 달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반값등록금이 지난 11년 동안 투입된 시비에 상응하는 효과가 있었는지 판단할 때”라며 “등록금을 정상화해 학업의 질을 높이고 대학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값등록금' 폐지하나...학생 반발에 국가장학금까지 중단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시립대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0년째 유지해온 ‘반값등록금’ 폐지부터 검토 대상에 올랐다. 시립대는 이달 중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어 등록금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최원석 기획처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교수회 긴급 총회에서 “시 지원금 삭감으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교육부가 고시한 4.05% 인상률 범위 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시립대 총학생회 측은 “학교 위상이 하락한 것은 예산을 투자한 만큼 효율성이 없는 서울시의 학교 운영 지원과 방식의 문제”라며 “이에 대한 개선 없이 무고한 학생들에게 등록금 부담을 떠안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총학생회는 5,640명이 서명한 시 예산 삭감 반발 공동 성명서를 11일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등록금을 인상해도 삭감된 예산을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되레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 지원마저 끊길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대학에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2(Ⅱ)유형’ 장학금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는 대학에만 제공된다. 현재 시립대 지원 규모는 연간 수억 원으로 알려졌다.
시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을 올린다고 부족한 예산을 당장 메울 수도 없지만,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등록금을 동결하면 당장 대학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며 “민간 투자 유치 등 자구책을 마련해 서울시와 지원금을 재조정하기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서울시의 예산 삭감을 계기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역점사업이던 '반값등록금'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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