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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기재부에 당당해야 할 이유

입력
2023.01.1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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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재부(기획재정부) 천하.'

검찰 출신과 함께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말이다. 기재부의 힘이 얼마나 막강해졌는지는 요즘 공공기관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겨울 모든 공공기관은 '겨울왕국'이 되고 말았다. 정부가 '공공기관 실내 온도 17도 유지' 지침을 내린 이후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추워서 일을 못 하겠다"는 아우성이 빗발친다. 근무시간 내내 두꺼운 패딩을 입거나 핫팩을 손에 쥐고 일하는 직원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문제제기는 언감생심이다. "요즘 기재부에 반기를 들 기관이 어디 있느냐"며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갓 나온 따끈한 A4용지에 잠시 손을 녹여 본다'는 자조 섞인 글에 공감만 표시할 뿐이다.

기재부 천하에 대한 우려가 단지 공무원들 쥐어짜기라면 그래도 다행일지 모른다. 기재부가 타부처 업무를 들여다볼 수 있게 구조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주무 부처로서 추진하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개혁이 대표적이다.

기재부가 연금 및 건보 개혁에 관여하는 명분은 있다. 재정 건전성이다. 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당초 전망치였던 2057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고, 건보도 2040년에는 누적 적자가 678조 원에 달해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연금과 건보 모두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큰 제도인 만큼, 지속 가능성을 강화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금·건보의 취지 자체를 후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재부는 지난해 11월 경제구조개혁국 아래에 '연금보건경제과'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경제적 측면을 보겠다는 건데, 자칫 재정을 줄이는 방향으로만 접근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이후 재정 문제를 부추기는 여론은 더욱 커졌다. 2070년 건보 누적 적자를 7,000조 원으로 내다보는 정부 내부 추계가 나왔고, 인플레이션으로 연금기금 고갈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논리가 더욱 강해지는 것으로, 국민이 받는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연금·건보는 공적 보험이다. 보험을 수익적 구조로만 보는 사적 보험과 다르다. 사회 취약계층과 중산층이 노후에도 안정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다. 국민이라면 돈이 없어 병원을 못 가는 일이 없게, 노년을 쓸쓸하게 보내는 일이 없도록 만든 제도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연금·건보의 제도적 성숙도는 아직 낮다. 연금의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40%)은 주요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고, 건보 보장성도 65%로 한참 못 미친다. 이는 재정 건전성과 함께 국민이 받는 혜택이 커지도록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제도가 후퇴하면 피해는 국민, 특히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복지부 직원들도 향후 개혁 과정에서 재정 프레임에 갇혀 연금·건보의 취지가 퇴색될까 걱정한다. 지난 연말 한 복지부 관료는 이런 얘기를 꺼냈다. "내년에 기재부와 싸울 일이 많아 지원군이 필요하다"며 현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려면 기재부에 당당하게 할 말은 해야 한다. 경제 못지않게 복지적 관점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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