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멕시코 접경 엘파소 첫 방문
불법 입국자 차단 '타이틀 42' 유지 두고 고심
9일 미국·멕시코 정상회담 불법 이민 대응 논의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8일 텍사스주 엘파소 멕시코 국경 장벽을 방문해 국경순찰대 대원들과 얘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 엘파소=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멕시코 접경 미국 국경 지역을 방문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을 괴롭히는 불법 이민 문제 대응 차원이다. 그는 9일부터 멕시코에서 열리는 북미 3국 정상회의에서도 이민 문제를 논의하기로 하는 등 정면 돌파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바이든, 텍사스주 엘파소 찾아 '이민정책' 이슈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州) 엘파소를 방문했다. 엘파소는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려는 불법 입국자들이 많은 미국 남부 국경 관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남부 국경을 방문한 것은 2021년 1월 취임 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 순찰 대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국경 장벽을 따라 걸은 뒤 이주자 서비스 센터에서 지역 지도자와 구호 단체 관계자 등을 만났다. 그는 “국경 순찰 대원들은 많은 자원(예산)이 필요하다. 그들을 위해 우리는 그것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방문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5일 ‘타이틀 42’ 정책 유지와 ‘질서 있는 이민’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이민정책 기조를 공개했다. 타이틀 42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육로로 미국에 들어온 불법 이민 시도자를 난민 심사 없이 즉각 추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유세 때부터 타이틀 42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말 연방대법원이 ‘타이틀 42 당분간 유지’ 판결을 내리고 오는 2월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5일 발표에선 타이틀 42 정책을 멕시코, 베네수엘라 불법 입국자를 넘어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등으로 확대 적용해 불법 입국 차단 기조는 유지했다. 대신 항공편을 이용한 쿠바 등 4개국 국민의 합법 이민은 매월 3만 명까지 수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절충안이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8일 멕시코 숨팡고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정상은 9일부터 이틀간 멕시코시티에서 북미 3국 정상회의를 열고 이민·마약 밀매 등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숨팡고=AFP 연합뉴스
'타이틀 42 유지, 합법 이민 확대' 바이든 정책 논란
이에 대해 양쪽으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유화정책이라고 비꼬았다. 미국 국경을 넘어가려는 입국자 수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남서부 국경에서만 240만 명의 불법 이민 시도자가 체포됐다. 밀려드는 불법 입국자를 공화당 주지사들이 워싱턴과 뉴욕 등으로 이송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반면 타이틀 42 폐기와 이민정책 완화를 촉구하는 민주당 상원의원 4명과 시민단체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5일 발표에 반기를 들었다.
양측에 끼인 신세가 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엘파소와 멕시코 방문을 시작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그는 9일 멕시코시티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불법 이민자 및 마약 밀매 대응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도 취임 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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