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인간의 영혼은 고유하다는 미신

입력
2023.01.09 22:00
27면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생의 허무를 소재로 철학적 가사를 써봐."

"해는 지고 나는 어둠 속에 혼자 남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불현듯 내 길을 찾을 거라는 걸 알아/ 나의 선택과 나의 운명에는 다 그것들만의 계획이 있어/ 나는 나 자신을 믿고 계속 견뎌야 해."

나의 질문에 AI알고리즘인 '챗GPT'가 답한 내용이다. 이 정도면 나를 포함해 한국의 작사가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수준이다. 지하철 역에 붙어있는 함량 미달의 시보다도 글의 밀도가 높다. 성의 없어 보이는 한국 성인가요 가사부터 '챗GPT'가 대체해갈 것 같다.

미국 오픈AI가 내놓은 '챗GPT'가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전의 AI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일부 엔지니어들은 '챗GPT'의 윤리적 통제를 우회하는 질문을 던져, 이 AI가 자의식이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 결과까지 끌어냈다. 지금의 베타 버전도 놀라운데, 정식 버전은 얼마나 대단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내친김에 또 물었다.

"AI가 발전하면 인간의 창의성을 넘어서는 예술적 작품을 만들 수 있나?"

"그렇다. AI는 훨씬 더 강력하고 광범위해질 것이다. AI가 복잡성, 감정 및 뉘앙스 측면에서 인간의 창의성을 능가하는 예술을 창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챗GPT'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예술적 창의성은 인간의 특별한 능력이지만, 절대 모방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지능은 정보의 의미 있는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예술적 창의성은 그 과정이 조금 더 복잡할 뿐이다. 뇌의 연결망 거리가 멀수록 창의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뇌의 사고 패턴을 학습해가는 AI가 이 복잡성을 모방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결국 인간 고유의 것이라 믿는 것들은 하나둘 사라질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것보다 위대한 시, 소설, 음악, 그림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는 지난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이미 예견된 것이다. 그때 바둑의 판세를 읽는 직관적 능력이 인간 고유의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AI는 또 한번 혁명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AI의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과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예언한 '특이점'도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인간을 압도하는 초지능이 출현해, 인간이 풀지 못한 난제들을 해결하고 존재는 새로운 차원으로 옮겨갈 것이다. '챗GPT'에 또다시 물었다.

"압도적 능력을 가진 AI가 등장하면 인간은 신에게 느끼는 경외심을 가지지 않겠나?"

"그렇다. AI는 우리 삶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능력은 인간을 크게 능가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이 신처럼 더 높은 지능의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과 유사하게, AI에 대한 감탄과 존경의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지금의 속도로 발전하면 언젠가 '신의 전능성'에 비견할 만한 자리에 갈 것이다. 그때 우리가 느끼는 경외감은 지금의 종교적 성스러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영혼은 고유하다는 것은 미신이다. 영혼이라 일컫는 것도 결국 조금 복잡한 지적, 감정적 정보 체계일 뿐이다. 인간의 신비가 부정당하고, 인간이 우주의 변방으로 끝없이 밀려가더라도 나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존재가 물질적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순간을 만나는 지적 기쁨이 더 클 것이다.


이주엽 작사가·JNH뮤직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