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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젊은 나이인데 아침마다 허리가 ‘뻣뻣’… 디스크 아닌 이 질환?

입력
2023.01.08 08:20
수정
2023.01.08 13:5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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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성 척추염, 10대 후반~30대 젊은 층에서 주로 발병

20~30대 젊은 나이인데 별다른 이유 없이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가 아닌 강직성 척추염일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20~30대 젊은 나이인데 별다른 이유 없이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가 아닌 강직성 척추염일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면 허리가 뻣뻣해지는 현상이 30분 이상 지속된다. 허리 통증은 쉬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반대로 움직일 때 통증이 서서히 사라진다.”

새내기 직장인인 A(26)씨가 겪고 있는 ‘강직성 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 증상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ㆍ척추관협착증 등이 고령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10대 후반~30대 젊은 층에서 주로 발병한다. 20대 초반 대학생이나 군인 등에게서 흔히 노출된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6년 4만7명에서 2021년 5만1,106명으로 5년 새 27.7%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2~3배 많다.

◇허리 통증이 주로 생겨 다른 질환 오인 많아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별다른 이유 없이 염증이 생겨 뻣뻣해지고 통증이 생기는 병이다. 천골(薦骨ㆍ엉치뼈)과 장골(腸骨ㆍ엉덩이뼈) 사이에 위치한 ‘천장관절(薦腸關節)’에 붙어 있는 디스크의 인대와 힘줄이 염증으로 딱딱하게 굳는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허리 통증이다. 증상 초기에는 통증이 허리 아래쪽이나 엉덩이 부위에서 천천히 시작되고, 아침에 일어날 때 특히 뻣뻣한 ‘아침 강직(morning stiffness)’이 나타난다.

움직이면 증상이 호전되고, 가만히 있으면 다시 뻣뻣해진다. 통증은 증상이 생기고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엉덩이 양쪽에서 느껴지고, 특히 밤에 통증이 악화해 잠에서 깰 때가 흔하다. 때론 무릎ㆍ발목 등 말초 관절이 붓거나 아킬레스건염으로 시작되기도 한다.

관절 외 다른 장기로 침범하기도 하는데, 눈 포도막염, 피부 건선, 염증성 대장염, 골다공증이 나타날 수 있다. 김재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허리가 아파도 단순 근육통이나 디스크, 생리통 등으로 오인해 병을 키우거나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고 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조사 결과(전국 26개 대학병원 10~70대 강직성 척추염 환자 1,012명),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정확히 진단받지 못하고 3년 정도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의 90~95%가 ‘HLA-B27(Human Leukocyte Antigen-B27)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하유정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그러나 “전 인구의 5% 정도가 HLA-B27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1~2% 정도에서 강직성 척추염에 노출되므로 유전자를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병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강직성 척추염(왼쪽)은 정상 척추(오른쪽)보다 관절 없이 하나의 긴 뼈처럼 이어진 모습이어서 ‘대나무 척추(bamboo spine)’라고도 불린다. 인천성모병원 제공

강직성 척추염(왼쪽)은 정상 척추(오른쪽)보다 관절 없이 하나의 긴 뼈처럼 이어진 모습이어서 ‘대나무 척추(bamboo spine)’라고도 불린다. 인천성모병원 제공


◇방치하면 몸을 구부리지 못하는 ‘대나무 척추’ 위험

강직성 척추염은 진단 시 ‘염증 요통’ 여부가 중요하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허리 통증과 함께 △40세 이전에 발생 △서서히 발생 △운동 후 호전 △쉬어도 호전되지 않음 △야간 통증 중에서 4개 이상에 해당하면 강직성 척추염을 의심할 수 있다. 최종 진단은 강직성 척추염의 임상적 특징과 유전자 검사, 혈액검사, X선 촬영, 컴퓨터단층촬영(MRI) 등을 종합해 내린다.

강직성 척추염을 방치하면 척추 변형과 강직이 일어나 몸을 앞이나 옆으로 구부리거나 뒤쪽으로 젖히는 동작이 어려워진다. 강직성 척추염을 관절 없이 하나의 긴 뼈처럼 이어진 모습을 빗대 ‘대나무 척추(bamboo spine)’라고 부르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하지만 조기 진단해 적극적으로 항염증 치료를 하면 대부분 장애를 최소화하고, 큰 지장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비(非)스테로이드 소염제가 1차적으로 쓰인다. 소염제에 반응하지 않고 증상이 지속되면 ‘종양 괴사 인자-알파(TNF-α) 억제제’로 불리는 생물학적 제제(아달리무맙ㆍ에타너셉트ㆍ인플릭시맙 등)로 치료한다.

TNF-α 억제제는 병의 원인이 되는 TNF-α 작용을 차단해 염증을 치료하므로 통증이 빠르게 호전되고 조기에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약물 치료와 함께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몸통ㆍ목ㆍ어깨ㆍ허리ㆍ고(엉덩)관절을 충분히 스트레칭하는 것이 좋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스트레칭 등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고 자전거 타기ㆍ배드민턴 등 생활 운동을 하루 20~30분 정도 시행하는 걸 권장한다.

수영은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여러 가지로 좋은 운동이지만 목 변형이 진행된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고강도 운동이나 격투기, 격렬한 구기 운동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심하면 골절을 일으키므로 삼가야 한다.

평소 목과 허리를 굽히지 않고 반드시 펴는 자세를 유지하는 게 좋고, 잠은 푹신한 곳보다 약간 딱딱한 곳에서 낮은 베개를 이용해 자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태환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전체 환자의 40~50%는 약을 먹으면 충분히 좋아지고, 30%는 심해지고, 나머지 20~30%는 병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증상이 나타난다”며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보다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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