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라마 시장서 희귀한 동양 판타지 무협 장르물
'환혼'이 거둔 성과는?
탄탄한 세계관으로 완성도 높여
'환혼'이 퓨전 사극들이 최근 위기에 놓인 이 순간에서 가장 한국적인 소재와 이야기로 새로운 장르 지평을 열었다. 극 초반 중국풍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으나 이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진정한 의미의 퓨전 사극을 완성도 있게 그려내면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에게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환혼'이 베일을 벗었을 땐 다소 낯선 세계관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그간 국내 수많은 퓨전 사극들은 주로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삼아 현대식 스토리텔링을 가미하곤 했다. 비슷한 시기에 방송 중인 '금혼령'은 '조선'이라는 가상의 공간의 설정, 즉 멀티버스를 선택했다.
이와 달리 '환혼'은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은 대호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 주는 신선함은 제법 컸다. 극중 주 배경이 되는 4대술사 가문이 터를 잡고 있는 대호국은 바람과 구름과 비를 다스리는 천기 즉, 하늘의 기운을 품은 호수(경천대호)를 가진 나라라 하여 대호국이라 부른다. 얼핏 무협지에서 볼 법한 설정이 K-퓨전사극에서도 펼쳐진 것이다. 특히 수기를 다루는 술사들의 화려한 액션신이 볼거리를 더했다.
작품의 이름처럼 가장 주요한 소재인 '환혼'도 제법 빈틈 없는 설정을 만들었다. 환혼술은 죽은 육신에 혼을 불러올 수도, 살아있는 육신의 혼을 빼낼 수도, 서로 다른 육신의 혼을 바꿀 수도 있는 술법이다. 여기에는 그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호텔 델루나' '화유기' 등을 집필했던 홍자매 작가의 필력이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
동양 판타지 장르는 사실 국내에서 불모지로 여겨졌다. '화유기' 등 일부 드라마들이 이 장르에 도전했으나 세계관이 확고하게 서 있지 않으면 이야기의 허점들이 빠르게 들통난다. 이 가운데 '환혼'은 무게감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조절, 보는 이들이 세계관에만 매몰돼 이야기를 놓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극 초반 과도한 CG(컴퓨터 그래픽 기술) 효과가 다소 사용돼 우려를 안기기 했지만 '환혼'은 시청자들의 기우를 딛고 당당히 호평을 이끌어냈다. 회차를 거듭할 수록 훌륭해지는 배우들의 무술 액션과 활극, 거기에 일등공신인 CG 효과의 발군까지 나무랄 데 없다.
최근 중국풍 설정에 민감해진 시청자들도 '환혼'에 대해선 인정하는 분위기다. 설정과 복식에서 중국풍을 떠올렸던 일부 시청자들도 '환혼'만의 고유문화임을 수용했다. 중국 무협 드라마 같다는 평가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해외 평가도 기대 이상이다. 글로벌 콘텐츠 리뷰를 확인할 수 있는 IMDB 사이트에서는 "문화적 맥락을 다 파악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코믹, 로맨스, 액션을 다 아우르는 한국 최고의 판타지 드라마" 등 전세계 시청자들의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빈틈없는 세계관과 주조연들의 캐릭터 소화력, 긴장감 선사까지 '환혼'이 흥행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도 '환혼'의 주역인 이재욱 고윤정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지난 8일 방송된 마지막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평균 9.7%, 최고 11%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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