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김여정이 주요 인사·정책 관여"
국정원 "김주애 후계자로 판단하지는 않아"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중앙정보부(CIA) 동아시아 정보 분석관을 지낸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북한의 리더십 주제 웨비나에서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혼란과 체제 붕괴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그 경우 김여정으로 권력 이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美 전문가 "김주애 너무 어려… 김여정이 후계 1순위"
북한은 최근 김 위원장이 둘째 딸인 김주애와 함께 대외활동에 나서는 모습을 자주 공개해왔다. 김주애는 지난해 9월 북한 정권 수립 74주년 경축행사 무대에서 처음 등장한 뒤 총 3차례 대중 앞에 노출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새해 첫날 관영매체를 통해 김주애와 탄도미사일 시설을 시찰하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조선중앙TV는 당시 김주애를 "김 위원장이 가장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소개하면서 '김주애 후계설'이 거론됐다.
미국 전문가들은 그러나 김주애가 후계자일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테리 국장은 "김여정은 최소 2014년부터 실권을 행사한 동생이자 2인자"라면서 자녀들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후계자로 평가하기에 시기상조라고 분석했다. 미 중앙정보부(CIA)와 국방정보국 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김주애가 핵 단추에 손을 뻗어서 누르기 위해서는 (발을 받칠) 전화번호부 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현재 승계 1순위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사망 시 '김여정 수렴청정' 가능성
'탈북외교관 1호'인 고영환 한국관광대학교 겸임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는 김 위원장이 급사할 경우 김 부부장이 '수렴청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자녀가 적어도 15, 16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면, 김 부부장이 수렴청정 형태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후계자는 아니지만 가장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후계자가 성장할 때까지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김 위원장이 김주애와 함께 공개 활동에 나선 것은 ①북한 주민들에게 핵무기를 후대까지 물려주고 ②대외적으로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③당 지도부에는 세습 준비를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김 위원장이 아들이 아닌 둘째 딸 김주애를 내세우는 이유에 대해 "김일성의 경우 김정일을 너무 일찍 후계자로 선정해서 역효과를 봤다"며 "잘못하면 김정은은 '지는 해', 아들은 '뜨는 해'로 인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정보원도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김 위원장이 '4대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김주애와 함께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주애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김주애의 존재는 2013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 프로농구 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로드먼은 방북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가 '김주애'라는 이름의 딸을 낳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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