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곳 월평균 이용 일수 고작 12일
수도권 외 지방은 수요 자체 부족
주말 동호인 무단 이용에 화재 사고도

경남 고성군 동해면 내곡리에 있는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 고성을 비롯해 충북 보은과 강원 영월, 경기 화성, 인천 등 5곳에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이 구축돼 있지만 이용률이 저조하다. 고성=박은경 기자
2017년부터 정부가 3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조성한 전국의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치나 운영방식 때문인데 2026년 드론 기술경쟁력 세계 5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 요구가 나온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경남 고성과 충북 보은, 강원 영월, 경기 화성, 인천 등 전국 5개 지역에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이 구축돼 있다. 하지만 전체 드론 비행시험장의 최근 2년간 월평균 이용 일수는 12일에 그친다. 비나 바람 등 날씨 때문에 제약을 받는 날을 제외하더라도, 최근 드론산업의 가파른 성장세와 비교해 이용률이 떨어진다.
국토부는 상업용 드론의 기술개발과 안전검증을 위해 2017년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 구축 계획을 마련하고, 2019년 180억 원을 들여 고성과 보은, 영월에 전용 비행시험장을 완공했다. 2021년엔 120억 원을 투입해 화성, 인천에 비행시험장을 추가 건립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경북 의성에도 66억 원 규모의 시험장 구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은 통제센터와 정비고, 헬리패드(헬리콥터를 세워놓거나 이착륙할 때 이용하는 소규모 지정 구역), 활주로 등을 갖추고 있어 연구기관은 물론 민간 업체와 일반인도 사전 허가만 받으면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드론 업체들은 이용을 꺼린다. 서울에 있는 한 드론개발업체 관계자는 “수도권 비행시험장에 이용이 몰리면서 예약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수차례 반복 테스트가 필요하다 보니 모든 장비를 가져가야 하고, 숙박 등의 불편도 있어 지방에 가기보다 인근 대형 공원이나 공사장에서 불법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무인 항공기 및 무인 비행장치 제조업체는 233개 중 수도권과 전라도에 각각 83개(36%), 41개(17%)가 밀집해 있다. 화성이나 인천 외에 지방 비행시험장은 수요 자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인들 이용도 제약을 받고 있다. 주말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토·일요일에는 드론 시험비행장이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관제요원 없이 무단으로 비행을 하다 고장 또는 조종 미숙으로 사고를 내는 경우도 있다. 실제 고성 비행시험장에서는 휴일인 지난달 4일, 한 남성이 띄운 무선조종비행기가 인근 갈대밭에 추락해 화재로 이어지는 등 개관 이후 마을 주민들이 인지한 사고만 5건이다. 비행시험장이 위치한 내곡리 마을이장 김일영(62)씨는 “주유소 바로 옆에 무인기가 떨어진 적도 있다”며 “주말에도 운영을 하든지 무단 침입을 막을 감시 인력이라도 고용하든지 대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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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4일 경남 고성군 동해면 내곡리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에서 한 남성이 무단으로 띄운 무인기가 인근 갈대밭에 추락해 화재가 발생했다. 독자 제공
하지만 정부는 당장 주말 개방 등 이용률을 높일 계획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만든 시설인 만큼, 동호인을 위한 주말 운영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다만 "폐쇄회로(CC)TV 추가 설치 등 불법 침입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접근성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사업 초기 관련 여론을 반영해 수도권인 화성과 인천에 비행시험장을 신설했고, 다른 지역은 홍보 강화 등을 통해 이용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약간 다르다. 드론 제조 기반 산업을 육성해 비행시험장 전체 수요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장은 "크게 제조, 활용, 서비스 3가지로 나뉘는 드론산업의 특성상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비행시험장에서 활용이나 서비스 관련 테스트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제조 분야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 비행시험장 구축과 드론 제조 스타트업 육성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2026년까지 드론산업 시장규모를 4조4,000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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