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인터뷰]
소진공, 전국 소상공인 680만 명 지원 맡아
박 이사장, 광역단체장에 국회의원도 지내
가능성 있는 점포를 키워 '스타 점포'로
전통시장에선 인성교육도 가능해 장점
젊은 세대 유입 위해 다양한 기관과 협업
"내부 근무 여건 개선에도 주력할 예정"
인구감소로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소멸 위기로 아우성이다. 지역 소멸은 과거 지역사회 중심으로 성장하던 전통시장의 쇠락과 맞닿아 있다. 전국 1,400개 전통시장이 소리 없이 사라지는 중이다. 매달 두 개씩 문을 닫는 추세로, 그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때 지역경제와 문화의 중심이었던 전통시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이사장이 4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인구 감소세가 멈추지 않는 한 전통시장은 더 빨리 사라질 수밖에 없겠지만, 전통시장이 가진 가치를 생각하면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소멸 위기 등 지역사회가 맞닥뜨린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공간으로 전통시장을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그는 “전통시장은 평범한 것들을 비범하게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전통시장 진흥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소진공은 전국 1,400개 전통시장의 36만 상인을 포함해 전국 소상공인 680만 명 지원 업무를 맡은 기관이다. 그간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청(현 중소기업벤처부) 등 퇴직 관료들이 맡던 이사장 자리에 지난해 7월 기초(대전 서구)ㆍ광역(대전시)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19대) 경험까지 있는 박 이사장이 취임해 전통시장 부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10년 뒤 전통시장 30%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틀렸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인구가 자연감소하는데 전통시장이 늘어날 수 있겠는가. 1,400개 전통시장을 모두 활성화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가능성 있는 곳을 키워서 성공 모델을 만들고 이를 확산시킨다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골목상권 활성화 노력에 벤처기업 육성 개념을 접목한 것이다. 골목 안에서 '스타 점포'가 하나 나오면 그 골목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골목 전체가 살아난다. 그런 점포가 시장에 몇 개만 생겨도 전통시장 전반에 활기가 돈다. 올해 가능성 있는 소상공인을 발굴하고 '스타 점포'로 키우기 위한 크리에이터 교육에 집중할 예정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공실률 35%인 충남 예산시장 폐점포를 매입해 리모델링 후, 자신의 가게를 입주시키고 있다.
“바로 그거다. 업종과 품목 중복을 피해서 전통시장에 예산시장처럼 새롭고 젊은 점포를 만들어 사람을 모아야 한다.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 복판에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다. 해당 상가는 물론 주변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활기가 돈다. 전통시장 내 빈 점포가 생기면 방치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식의 활용이 가능한가.
“빈 점포에 공공서비스 기능을 넣든지, 창업 공간으로 만들든지 해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시장 전체가 죽는 걸 막을 수 있다. 손님을 위한 물품 일시 보관소와 카페 등 상인과 손님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면 뭐든 좋다고 본다. 요즘 전통시장 디지털화로 배달 시스템 관련 수요가 높은데, 공용 배달센터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전통시장의 가치를 끌어올릴 또 다른 방법은.
“다양한 경험 현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두 달 전 전통시장 66곳에서 어린이들이 장보기 체험을 했다. 대형 마트에선 상품만 보지만, 전통시장에서는 상인과 소통까지 한다. 그 과정에서 값을 흥정한다. 일하는 사람을 직접 보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삶의 현장 교육이다. 인성교육도 이뤄질 수 있다. 교육부 등 다른 기관과 협업해서 평범한 것들을 비범하게 결합해 볼 계획이다. 그게 바로 창조라고 했다.”
-젊은 사람들은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에 익숙하다.
“젊은 손님을 끌기 위해선 시장에 청년 상인이 많아져야 한다. 경쟁력 있는 상점들은 노하우와 기술만 자식에게 넘길 것이 아니라 명의까지 넘겨야 한다. 그래야 책임감을 갖고 운영하고 가게까지 젊어질 수 있다. 세제와 금융 등 가업 승계 문제와 물려 있는 애로는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디지털 세대가 전면에 나서면 전통시장도 훌륭한 K-콘텐츠가 될 수 있다.”
-위기에 처한 전통시장에 당장 효과를 낼 정책도 필요한데.
“모바일상품권을 지난해 8월부터 팔고 있다. 온누리상품권 앱을 통해 제공하는 상품권이다. 올해 지역화폐 할인율이 대폭 축소돼 전국에서 난리인데, 이 앱을 이용하면 지역화폐 없이도 전통시장(가맹점)에서 5~10% 할인받는다. 젊은 손님 유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기관과 협업도 진행 중이다. 코레일과의 ‘팔도장터관광열차’가 한 예다. 열차와 전통시장, 지역관광을 결합한 것으로 지난해 3,600명이 이용했다. 올해는 지자체도 힘을 합치기로 했다. 지역소멸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소진공이 정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내부 동력도 중요한데.
“준정부기관 브랜드평판 순위 조사에서 소진공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어 2위를 했다. 하지만 소상공인 6,700명을 직원 1명이 지원하고 있다. 입사 5년 미만 직원 26%가 이직하는 게 현실이다.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우선 전국 77개 센터를 광역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직원 처우 개선에도 더 신경을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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