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구, 제주, 충북·세종 4개 도시·6개 지구
수요응답형 택시·셔틀, 자율주행 BRT 체험평가
'안전' 초점 맞춘 서울·자연스러운 주행 대구
렌터카 역할 기대 제주·대중교통 미래 충북·세종
#. 스마트폰 앱 '카카오T'로 호출하면 자율주행 택시가 알아서 발 앞에 섰다. 자동문이 열린 뒤 타고 나면 문이 닫혔고, 목적지를 말하지 않아도 척척 찾아간다. 목적지에서 승객이 내리면, 택시 스스로 문을 닫고 떠났다.
공상과학(SF)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대구 테크노폴리스에서 실제 운행 중인 '달구벌자율차'의 서비스 모습이다. 이같은 자율주행차는 현재 전국 12개 도시, 16개 '시범운행지구'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①충북·세종 ②서울 ③대구 ④제주 등에서 △원하는 장소로 부르는 '수요응답형 택시' △일정한 노선을 따라 운행하는 '수요응답형 셔틀' △버스 노선을 따라 달리는 '간선급행버스(BRT)' 등 자율주행 운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평가했다. 이들은 부분적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3' 수준으로, 운전석에는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탔다. 현재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선 자율주행이 금지돼 사람이 차량을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①충북·세종: 오송역~과천정부청사 자율주행버스타고 출퇴근
먼저 지난해 12월 27일 오송역에서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을 오가는 서비스(8개 정류장)를 시작한 자율주행 BRT를 타봤다. 정식 버스 노선을 달리는 최초의 자율주행차인 이 서비스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가 A2·A3 별도 노선번호를 부여 받아, 실질적인 대중교통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자율주행 BRT는 좁은 차선, 지하 터널, 고가도로 등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달렸다. 무엇보다 정류장에 정차할 때가 인상적이었다. 출입문을 스크린도어에 정확하게 맞춰 섰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a2z는 HD맵, 위성항법장치(GPS), 라이다, 카메라 등 기술력을 총 동원했다. 다만 소음·진동은 불편했다. 사람이 운전했다면 소음·진동 정도에 따라 속도를 조절했겠지만, 그럴 수 없어 아쉬웠다. 자율주행 BRT는 현재 큐알(QR) 코드로 사전 체험 신청한 사람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향후 시내버스 요금 수준의 유상서비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②서울: '안전' 초점 맞춤 상암·청계천 자율주행 셔틀
서울시에선 현대차의 자율주행 계열사인 포티투닷이 운영하는 수요응답형 자율주행 셔틀을 경험했다. 청계천에서 먼저 만난 8인승 전기버스 'aDRT 셔틀'은 미래에서 온 듯한 모습으로 첨단기술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실제 주행은 다소 아쉬웠다. 청계광장에서 세운상가를 다녀오는 3.4㎞구간에서 절반 이상을 사람이 운전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안전상의 이유로 일부 구간 자율주행을 불허한 탓도 있지만,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또 올 상반기 중 청계5가까지 구간을 확장할 예정이지만, 정류소가 세 곳 뿐이라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 상암동에서 타본 자율주행 셔틀은 목적지까지 일반 택시보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노션형 셔틀의 특성상 빠른 길이 있더라도, 정해진 노선을 따라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카메라(7대), 레이더(5대), 차량사물통신(V2X) 등 다양한 장비가 부착됐지만, 운전 실력은 초보 운전자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③대구: 운전 실력·편의성 갖춘 대구 자율주행차
대구시에서는 테크노폴리스 지역 내에서 △유상 운송 셔틀 △무상 택시 두 종류의 자율주행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먼저 경험한 카카오모빌리티, a2z 등이 서비스 중인 무상 자율주행 택시는 호출부터 하차까지 일반 택시에 가까웠다. 실제 테크노폴리스 이용자수도 많았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귀가할 때 종종 이용한다는 김선화(37)씨는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이젠 익숙해졌다"며 "자율주행이라는 것 말고는 일반택시와 다를 바 없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테크노폴리스 내 7.2㎞ 노선에서 소네트가 운영 중인 자율주행 셔틀은 눈을 감고 타면 사람이 운전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승차감이 뛰어났다. 라이다(1개), 레이더(1개), 카메라(2개) 등 센서가 경쟁 업체에 비해 적지만, 소프트웨어(SW) 기술력으로 보완한 덕분이다. 다만 지하철로 환승할 수 있는 정류장이 없는 노선은 아쉬웠다. 서비스 고도화, 정책 공조 등이 기술개발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④제주: "렌트카 필요할까" 중문관광단지까지 '일사천리'
제주도 자율주행 서비스 운영사인 라이드플럭스는 자율주행 3요소(인지·판단·제어) 중 '판단력'이 뛰어났다. 라이다(1개), 레이더(1개), 카메라(5개) 등 센서가 파악한 상황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주행을 결정하는 기술력이 탁월했다. 덕분에 공항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1135번 국도'에서 최고 시속 80㎞로 달릴 때도, 교차로에서 몰려 오는 차량 사이를 비집고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최선의 판단으로 안전하게 달렸다.
라이드플럭스의 서비스는 '관광수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공항에 내려 자율주행차를 타고 호텔까지 가고, 관광단지를 자율주행차로 이동하는 것이 실제 가능했다. 서비스 지역만 확대되면 렌터카 없이도 제주 여행이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요가 많지 않아, 수익성을 갖추기엔 역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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