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무상교육도 포기
10명 중 6명 학업 중단
"이 아이들 중 누구를 학교에 보내야 할까요?"
스리랑카에 거주하는 프리얀티카씨는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침대에서 울고 있는 막내딸 두란자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녀 중 올해 열 살 먹은 딸 말키는 가까스로 다시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됐지만, 나머지 자녀는 생계를 위해 폭죽 장사로 내몰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다녔지만 지금은 보낼 돈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영국 BBC방송은 4일(현지시간) 대량 실업과 급격한 물가 상승 여파로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 서민들의 삶이 파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95% 가까이 폭등한 식료품 물가 앞에서 온 가족이 굶는 경우도 허다하며,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을 포기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스리랑카는 무상교육을 제공하는 나라로 밥값과 교복비, 교통비 등을 감안해도 아이 한 명당 학교 가는 데 필요한 돈은 하루 1달러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돈도 없어 프리얀티카씨처럼 모든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집이 늘고 있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한 중등학교 출석률은 40%에 그친다. 학생 10명 중 6명은 학업을 그만두고 돈벌이에 나섰다는 얘기다.
학교에는 가까스로 다니지만 배를 곯는 학생도 많다. 조회 시간마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아이들이 쓰러지기도 한다. 교사들이 집에서 여분의 음식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나눠주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다. 스리랑카 실론교사연합의 이오시프 스탈린 사무총장은 "학생들의 도시락은 텅 비어 있다"며 "이 지독한 경제난의 진짜 희생양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굶는 것을 막기 위해 스리랑카 정부는 학교에 쌀을 나눠주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다수의 학교는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 없다"고 BBC에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스리랑카의 경제난이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9억 달러(약 3조7,0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했지만, 주력인 관광산업의 재건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도 스리랑카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식료품을 수입하는 스리랑카는 에너지와 식료품 등의 가격 급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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