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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항암제'로 불리는 이것, 제약바이오시장 다음 먹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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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항암제'로 불리는 이것, 제약바이오시장 다음 먹거리는

입력
2023.01.24 15:00
수정
2023.01.25 11: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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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개된 녹십자 자회사 GC셀센터 가보니
'개인맞춤형 세포치료제'와 '동종 세포치료제' 연구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3년 뒤 70조 원 규모 성장 전망

4일 경기 용인시 GC셀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세포치료제 개발 작업을 하고 있다. GC셀 제공

4일 경기 용인시 GC셀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세포치료제 개발 작업을 하고 있다. GC셀 제공


#. 4일 경기 용인시 GC녹십자의 자회사 GC셀센터 세포동결실. 한 연구원이 스테인리스 탱크 뚜껑을 열자 하얗게 김이 피어올랐다. 안에 든 액화질소가 바깥 따뜻한 공기와 만나 기체로 변한 것이다. 디지털 온도계는 '영하 193도'를 가리켰다. 연구원은 긴 막대기 모양의 상자를 길어 올렸다. 그 안에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보이는 세포 꾸러미가 담겨있다.

이 탱크의 맞은편에는 살아있는 세포가 손상되지 않고 상온과 똑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얼리는 냉동장치(자동세포동결기)가 놓여있다. GC셀 관계자는 "분당 1도씩 온도를 낮춰 영하 100도 이하로 만든다"며 "이렇게 하면 얼렸다 해동한 뒤에도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고스란히 언 세포는 반대편 탱크로 옮겨져 오랜 기간 연구에 쓰인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제4의 항암제'로 불리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연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백신과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며 전 세계 '항체 기반 의약품' 연구가 탄력을 받았고,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은 '차세대 치료 기술'로 이 치료제를 꼽는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차바이오그룹 등 국내 주요 바이오기업들도 하나같이 사업 계획을 발표했을 정도다. 시장 전망도 밝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약 74억7,000만 달러(9조2,777억 원)였던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은 2026년 약 555억9,000만 달러(69조428억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제4의 항암제' 세포치료제, 국내선 간암 초기 치료제 상용화

4일 방문한 경기 용인시 GC셀센터. 2018년 완공된 이곳은 총 2만806㎡(약 6,294평) 규모다. GC셀 제공

4일 방문한 경기 용인시 GC셀센터. 2018년 완공된 이곳은 총 2만806㎡(약 6,294평) 규모다. GC셀 제공



이날 찾은 GC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시설에선 국내 면역항암제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초기 간암치료제 이뮨셀엘씨 생산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이 한창이었다. 이뮨셀엘씨는 세포치료제 중 국내에 하나뿐인 면역항암치료제다. 회사 관계자는 "이 약은 상용화된 세포치료제 중 세계 최다 생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며 "2007년부터 현재까지 총 6만2,000팩을 제조했다"고 전했다.

의약품 제조시설인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정밀한 검증을 받는 곳이어서 외부인은 물론 다른 부서 직원도 들어갈 수 없다. 이 센터가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포치료제는 살아있는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증식해 만든다. 기존 의약품으로 효과를 못 본 희귀난치성 질환에 높은 완치율을 보여 '기적의 치료제'라 불린다. 환자 혈액에서 뽑아낸 면역세포(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프로그래밍해 다시 주사제로 몸속에 집어넣는 '개인맞춤형' 치료제(자가유래 세포치료제)와 타인의 제대혈에서 추출·배양한 치료제(동종 세포치료제)가 있다. 한 사람을 위한 치료제를 만드는 데 2~5주가 걸리고 비용은 8,000만 원~5억 원 정도다.

최근 재발성 백혈병을 앓던 생후 18개월 아기가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면역세포 항암제 킴리아로 치료받은 뒤 한 달 만에 몸속 암세포가 눈에 띄게 사라지며 세포치료제는 일반인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위암이나 대장암 등은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백혈병 같은 혈액암에선 80% 넘는 완치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포 크기처럼, 연구실 규모도 아담

4일 경기 용인시 GC셀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세포를 활용해 실험하고 있다. GC셀 제공

4일 경기 용인시 GC셀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세포를 활용해 실험하고 있다. GC셀 제공


2018년 완공된 센터는 지하 2층, 지상 4층으로, 면적은 총 2만806㎡(약 6,294평)이다. 한눈에 안 들어오는 외관을 올려다보며 지난해 방문한 원료의약품 CDMO 시설처럼 커다란 내부 시설을 상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가운과 헤어캡, 장갑에 두 겹의 마스크와 덧신을 착용한 뒤 유리 밖에서 들여다본 직사각형 모양의 GMP 시설은 바깥쪽 둘레엔 복도가 있고, 안쪽엔 10평 남짓한 연구실(셀스윗)들이 나란히 붙어있는 구조였다.

현미경을 이용해야 겨우 보이는 '세포'가 원료인 까닭에 연구와 생산, 제조에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셀스윗 1개당 하나의 연구가 이뤄지는데, 총 10개의 스윗에서 동시에 여러 연구와 제조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곳엔 세포를 생산·배양하는 '클린룸'이 총 10개 있는데, 이는 글로벌 1, 2위 업체인 론자(11개)나 우시바이오로직스(12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원료의약품 시설과 비교하면 규모뿐 아니라 장비도 축소판이었다.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은 4층 전체가 원료보관실이었는데, 세포보관실(셀뱅크)에는 미니냉장고 크기의 자동세포동결기와 편의점 원형 온수기를 닮은 스테인리스 탱크로 충분했다. 4층에서 내려오며 합성 반응을 일으킨 뒤 1층에서 제품이 나오는 원료의약품 제조시설 공정과 달리 세포치료제는 냉장고보다 작은 50리터(L)짜리 반응기에 제대혈 원료를 넣으면 한 번에 1,000회분 약이 만들어진다.



옛날 같으면 꿈도 못 꿨을 치료제…어떻게 알고 대비했나

연구원들이 4일 경기 용인시 GC셀센터 내 셀스윗에서 세포치료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GC셀 제공

연구원들이 4일 경기 용인시 GC셀센터 내 셀스윗에서 세포치료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GC셀 제공



기존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죽여 부작용이 많았다.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는 특정 유전적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쓰였다. 반면 면역항암 세포치료제는 환자의 체내 면역력을 강화시켜 정확히 암세포만 없애 심각한 부작용이 적고 항암 효과가 꾸준히 유지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옛날 같으면 꿈도 못 꿨을 항암제다.

GC셀은 이 신약의 미래를 어떻게 알고 대비했을까. 모든 연구개발(R&D)이 그렇듯 짧지 않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약의 미래는 세포인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본 허일섭 GC 회장은 2002년 연구를 시작한 뒤 2012년 이뮨셀엘씨를 보유한 이노셀을 인수하며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2011년 GC녹십자랩셀을 세워 자연살해(NK) 세포치료제 R&D를 시작한 지 10년 만인 지난해 1월에는 다국적 제약사 머크에 2조900억 원 규모 '키메라 항원 수용체-자연살해(CAR-NK) 플랫폼' 기술을 수출했다.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민보경 세포치료연구소장은 "현재까지 허가된 혈액암용 자가 키메릭 항원 수용체 발현 T 세포(자가 CAR-T) 치료제는 전 세계에 여섯 개가 있지만 고형암치료제는 아직 없다"며 "동종 치료제는 대부분 비임상 단계이고 일부 동종 NK세포 치료제는 임상 1·2상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용인=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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