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 취식 둘러싼 갑론을박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측 "외부 음식 반입 가능…제한 어려워"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바타: 물의 길'을 보며 회를 먹는 관객을 봤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러닝타임 내내 초고추장 냄새가 상영관에서 진동했다면서 헛구역질을 여러 차례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글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기자는 상영관에서 햄버거 세트를 먹는 관객을 직접 본 경험이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도 전의 일이지만 많은 관객들이 찾는 팝콘, 콜라, 나초 등의 간식이 아니기에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 관객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극의 중반부까지 열심히 배를 채웠다. 불이 꺼지기 전 자리를 찾아 이동하던 이들은 통로 쪽 좌석에 앉은 관객의 얼굴을 흘긋흘긋 쳐다봤다.
회든 햄버거 세트든 극장 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빌런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음식 냄새가 심한 경우 종종 다른 관객들에게 불쾌함을 안기기 때문이다. 근처 관객은 러닝타임 내내 냄새를 참거나 영화 감상을 포기하고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원하는 음식을 먹을 자유와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배려 사이에서 네티즌들의 의견 또한 분분하다. CGV가 잡채밥까지 판매하고 있는 만큼 "먹고 싶은 걸 먹는 일이 뭐 어떠냐"는 주장과 "타인이 불쾌해할 가능성이 있다면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극장 측이 관객이 가져온 음식들에 관여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 이후 국내 영화관에 외부 음식물을 반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CGV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강한 냄새로 인해 영화 관람 시 다른 고객님에게 방해가 되는 품목에 한해서 (예 : 족발, 순대 등) 취식 후 입장해 주실 것을 고객님께 양해(권고) 드리고 있다"고 안내하는 중이다. 메가박스 측 또한 홈페이지로 "영화 관람 시 다른 고객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품목에 한해 반입 가능하다. 강한 냄새 및 지속적인 소음이 발생하는 품목은 취식 후 입장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롯데시네마 측 관계자는 본지에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유리병처럼 깨지면 위험해질 수 있는 음료 정도를 기준으로 삼아 관객분들께 양해를 부탁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마저도 명확하진 않다. 강한 냄새, 지속적인 소음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가져온 음식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롯데시네마 측 관계자는 "영화 시작 후 관객에게 다가가 양해를 구하기도, 가방에 들어 있는 음식물까지 확인하기도 어렵다"면서 적극적 관여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를 밝혔다. 강한 냄새나 소음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음식을 상영관에 반입하지 말아달라는 것도 권고일 뿐이다. CGV 측 관계자는 "관객들이 지켜야 할 에티켓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별도의 제한 규정이 있진 않다"고 말했다.
원하는 음식을 먹고 싶은 관객도, 냄새로 고통을 호소하는 관객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모두의 즐거운 문화생활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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