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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한이 뭐죠? 유통기한과 뭐가 다르죠?"… 안내 부족에 어리둥절한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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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한이 뭐죠? 유통기한과 뭐가 다르죠?"… 안내 부족에 어리둥절한 소비자들

입력
2023.01.05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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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시작된 소비기한… 올해는 유통기한과 병행
별 차이 없는 유통·소비기한에 소비자는 당황
"매장서 설명 있었으면"… 정부에 적극 홍보 요청도

새해부터 식품 포장재에 표시하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사진은 한 시민이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두부를 보는 모습. 뉴시스

새해부터 식품 포장재에 표시하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사진은 한 시민이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두부를 보는 모습. 뉴시스

"소비기한이 뭐죠? 오히려 더 헷갈리네요."

올해 1월부터 장을 보러 가면 새롭게 달라진 식품 포장재를 볼 수 있다. 유통기한을 사용한 지 38년 만에 표기 방식이 '소비기한'으로 바뀐 것이다. 소비기한을 사용하는 세계적 흐름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생산·유통기업 중심의 유통기한을 표기해왔다. 그런데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대량 폐기하면서 처리 비용이 증가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비판이 커지자 뒤늦게 소비기한을 쓰기로 한 것이다.

다만 한꺼번에 포장재를 교체하면 부담이 커진다는 업체들 요청에 따라 계도기간을 둬 올해 1년간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병행해 사용한다. 바뀐 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지난 2, 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4곳(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영등포구 이마트 영등포점·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을 둘러봤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12월 소비기한 참고값을 공개한 두부, 어묵, 햄, 유산균 음료, 과채 음료·주스, 과자 등을 비교했다.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은 소비자의 몫이 됐다. 소비기한 표시 제도가 언제 시작된 건지, 식품 구매 시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만난 30대 부부는 "소비기한으로 바뀌는 건 알고 있었는데 막상 와 보니 물건마다 표기가 달라 어떤 걸 사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마트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그냥 유통기한을 보고 사겠다"는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소비기한보다 유통기한이 긴 제품도… "어느 게 맞죠?"

2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 진열된 두부. 왼쪽은 유통기한, 오른쪽은 소비기한으로 표기된 모습. 류호 기자

2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 진열된 두부. 왼쪽은 유통기한, 오른쪽은 소비기한으로 표기된 모습. 류호 기자

아직 소비기한을 표기한 제품은 많지 않았다. 유통기한 표기 제품이 대부분이었고, '모래밭에서 진주 찾기'처럼 드물게 소비기한 표기 제품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두부나 어묵 등 신선식품의 경우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간 날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유통기한은 식품 상태가 갑자기 변하는 기준인 '품질안전한계기간'의 60~70%로 잡는데, 소비기한은 80~90%로 설정한다. 안전한계기간이 10일이라면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2~3일 더 길어야 한다. 그런데 별다른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은 물건을 집으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식품 유형별 잠정 소비기한. 그래픽=강준구 기자

식품 유형별 잠정 소비기한. 그래픽=강준구 기자

두부의 소비기한 참고값은 23일로 유통기한(17일)보다 6일 더 늘었는데,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제품의 날짜 차이는 크지 않았다. 같은 업체에서 생산해 나란히 진열된 2개의 두부 제품은 표기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으로 달랐는데도 날짜는 '1월 11일까지'로 같았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두부를 고르던 60대 주부 박모씨는 "날짜 차이가 없으니 아무거나 사면 되냐"고 물으며 "나이 든 사람들에겐 소비기한 개념 자체가 어렵다. 그냥 예전처럼 유통기한을 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 업체가 생산한 동일 제품들도 표기는 제각각이었다. 같은 햄 제품이지만 중량(g) 차이에 따라 달랐다. 300g짜리 햄은 소비기한이, 1㎏짜리 햄은 유통기한이 적혀 있었다.

"소비자는 아직 모르는데"… 별도 안내한 마트 없어

2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진열된 과자. 소비기한으로 바뀐 포장재로 포장된 제품 모습. 류호 기자

2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진열된 과자. 소비기한으로 바뀐 포장재로 포장된 제품 모습. 류호 기자

뒤죽박죽 표기에 소비자들은 물론 직원들도 당황해했다. 한 마트 직원 A씨는 "정식 시행은 아니니 구분 없이 사도 된다고 안내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마트 직원 B씨는 "사실 큰 차이가 없다. 고객 입장에선 익숙한 유통기한이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소비기한에 대한 정부의 안내나 홍보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만난 30대 안모씨는 "뉴스를 보고 소비기한으로 바뀌는 건 알았지만 벌써 시작됐는지는 몰랐다"며 "마트에 소비기한을 보고 구매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씨 지적대로 마트 4곳 중 소비기한 제도에 대한 안내문을 붙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제조일자가 소비기한과 함께 표기되길 바란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모든 식품에 제조일자가 적혀 있다면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의 차이를 실감해 소비기한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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