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3일 대한컬링연맹 회장직과 대한체육회 이사직을 스스로 내려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조 측과 부딪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제 행사 준비를 앞둔 컬링연맹 입장에선 악재로 번질 위기에 처했다.
김 회장은 이날 컬링연맹을 통해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회사 경영에만 온전히 집중하며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사임을 결정했다"며 "회사가 정상화할 때까지 모든 대한체육회 활동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등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봉사활동과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컬링연맹 회장을 역임해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위상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처럼 비치는 부분이 있어 안타까웠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사임 이유에 대해 최근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조와 정치권이 김 회장의 행보를 문제 삼아 회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조선해양건설지부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김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여러 회사에 대여금 또는 해당 회사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건설 자금을 유출해왔다"며 "결국 2022년 6월부터 임금체불과 4대 보험 미납이 발생했고, 건설 현장에선 미지급금 증가로 협력 업체가 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의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인수, 프로축구·여자프로배구단 창단 계획 등을 두고 "체육계를 발판 삼아 자기과시와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는 우려와 비판을 받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컬링연맹 측은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수장이 세 번 연속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는 불명예 역사를 쓰게 되어서다. 2016년 9월 장문익 초대 통합회장은 회장 선거에 자격이 없는 선거인단이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그 이듬해 6월 회장 인준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60일이 지나도록 신임 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컬링연맹은 결국 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돼 모든 권리와 권한을 상실하는 수모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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