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분쟁 중국·인도 완충지대 설정에
캐시미어 얻는 염소 터전 사라져
사육 포기에 "원모 220달러로 치솟아"
60년 이상 이어져 온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 탓에 '섬유의 보석'으로 불리는 캐시미어값이 폭등하고 있다. 최근 양국이 분쟁 지역인 히말라야 고원지대인 인도 라다크 일대를 완충지대로 삼으면서, 캐시미어를 제공하는 염소들의 터전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값비싼 원료로 꼽히는 캐시미어 원모값은 2년 새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역사 깊은 캐시미어 무역이 히말라야산맥의 군사적 긴장에 휩싸였다"며 "라다크 일대에서 산양을 기르는 목동부터 방직공들은 생업을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인도는 지난해 9월 라다크 일대에 3.2㎞ 너비에 달하는 완충구역을 설정했다. 2020년 6월 양국 군인들이 몽둥이 등으로 싸움을 벌여 인도군 20명이 사망하고, 중국군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친 지 약 2년 만이다. 군사적 긴장을 억제하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행보로 여겨졌다.
하지만 정작 거주민들은 생업의 터전을 잃게 됐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사는 창파족의 목초지가 완충지에 포함되면서 이곳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창파족은 수백 년 동안 해발고도 약 5,200미터에 달하는 히말라야 고산에서 염소와 산양 등을 키우며 고급 의류 소재인 캐시미어를 생산해 왔다. 이들이 제공한 원모가 히말라야 카슈미르 계곡의 숙련된 장인들 손에서 광택이 우수한 의류로 탈바꿈해, 아예 명칭도 '카슈미르'의 영어식 표현인 '캐시미어'가 됐다.
하지만 목초지가 완충지대에 포함되면서 캐시미어 원모 공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목초지 감소로 염소들에게 먹일 풀과 물이 부족해지면서, 지난해 인도 정부까지 사료 공급에 나섰지만, 염소 사육을 포기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결국 이는 원모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카슈미르주 스리나가르의 직조 협동조합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의 충돌이 격화한 2020년 6월 이전까지 ㎏당 120달러(우리 돈 약 15만 원)였던 캐시미어 원모 가격은 최근 220달러(약 28만 원)까지 치솟았다. 공급이 줄면서 2년 반 사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완충구역으로 양국 갈등의 불씨가 아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지난달만 해도 중국과 인도 군인들은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서 난투극을 벌이며 충돌했다. 라다크의 포브랑 주민들은 지금도 전투기와 군사용 트럭이 내는 굉음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중국과 인도는 1962년 중·인 전쟁을 시작으로 국경 지역에서 크고 작은 분쟁을 반복해 왔다. 히말라야의 험준하고 깊은 산과 계곡 등으로 양국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탓인데, 지금까지도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양국 군이 관할하는 실질통제선(LAC)을 경계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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