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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완화 '출구' 모색하는 일본은행...구로다 후임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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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완화 '출구' 모색하는 일본은행...구로다 후임은 누구?

입력
2023.01.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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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구로다 총재 임기 만료
전현직 일본은행 부총재 유력
'제3인물' 임명 가능성도 제기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2022년 12월 26일 도쿄에서 열린 게이단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일본은행이 지난 20일 ±0.25%에 머물던 장기금리 변동폭을 ±0.5%로 변경한 것과 관련, "출구전략을 향한 첫걸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도쿄=AFP 연합뉴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2022년 12월 26일 도쿄에서 열린 게이단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일본은행이 지난 20일 ±0.25%에 머물던 장기금리 변동폭을 ±0.5%로 변경한 것과 관련, "출구전략을 향한 첫걸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도쿄=AFP 연합뉴스

‘디플레이션 탈각(脫却·완전히 벗어남)’을 목표로 무려 10년 동안 금융완화 정책을 이끌어 온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가 오는 4월 8일 만료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빠르면 이달, 늦어도 3월까지는 후임 총재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목표 수준인 2%를 훌쩍 넘어 4% 근처까지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누가 차기 총재가 되든 초장기 완화 정책의 ‘출구’를 모색하는 중대한 임무를 담당하게 된다.

구로다 총재 4월 8일 임기 만료... 차기 총재는 '공동성명' 재검토

도쿄 외환시장의 새해 첫 거래일인 3일, 달러당 엔화 가치는 131엔 전후였던 연말보다 상승해 장 중 한때 129엔대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130엔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20일 ±0.25%였던 장기금리 변동폭을 ±0.5%로 변경(긴축)한 일본은행이 올해 총재 교체와 더불어 완화 정책 수정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 엔화 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말 아베 신조 2차 내각이 출범한 이듬해 봄 취임한 구로다 총재는 소위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아베노믹스’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 왔다. 실제 그는 금리를 최대한 낮게 유지하고, 일본은행이 장기 국채도 대거 매입해 시중에 돈이 풀릴 수 있도록 해 왔다. 디플레이션 탈각과 경제성장을 목표로 정부와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통화정책 방향을 정부 경제 정책 기조와 맞추려고도 노력해 왔다.

문제는 장기간의 완화 정책에도 ‘디플레이션 탈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로다 총재 재임기간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1% 사이를 오가며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이는 일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나친 물가상승 역시 경제에 무리가 가지만,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은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기록적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일본 물가가 크게 올랐다. 지난달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40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새 총재가 임명되면 물가상승률 2% 목표를 명시한 공동선언도 재검토하며 완화정책 수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4월 8일 임기가 만료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왼쪽부터 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 나카소 히로시 전 일본은행 부총재, 아사카와 마사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4월 8일 임기가 만료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왼쪽부터 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 나카소 히로시 전 일본은행 부총재, 아사카와 마사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차기 총재 후보, 일본은행 전현직 부총재 유력... '제3인물' 관측도

차기 총재 후보로는 최근 10년 동안 차례로 일본은행의 2인자 역할을 했던 나카소 히로시 전 부총재와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부총재가 가장 유력하다. 둘 다 1970년대 후반 도쿄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은행에 입사했다. 현재까지 일본은행 총재는 재무성 출신과 일본은행 출신이 교대로 임명돼 왔기 때문에 이번엔 일본은행 출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구로다 총재는 재무성 출신이었다.

두 사람 중에는 아마미야 부총재가 좀 더 ‘비둘기파(완화 선호)’라는 분석이 많다. 임명되면 정책 변경 속도를 최대한 늦추며 연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카소 전 부총재는 국제 경험이 많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시장국장을 역임해 위기관리 능력도 있다는 평가다. 저서에서 현 정책의 영향을 다각도로 지적하며 무조건 옹호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세우는 기시다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한 두 사람 대신 제3의 인물을 택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아소 다로 전 총리 재임 당시 비서관을 맡았던 재무성 출신 아사카와 마사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거론되는 건 이 같은 이유에서다.

데일리신조는 “아사카와 총재가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기시다 총리가 일본은행 인사 중에선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라면서 “아예 ‘최초의 여성 총재’ 등 지금까지 이름이 오른 적 없는 인물을 임명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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