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탑승 봉쇄되자 시간·장소 기습 변경
하차역서 대기하던 공사·경찰과 격렬 충돌
"올해 260일 선전전", 모든 평일 시위 예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서울시의 대치가 이틀째 이어졌다. 전장연 측은 ‘숨바꼭질’ 시위로 집단행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당분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장연은 3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전날 밤 “익일 오전 10시 30분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공지했으나, 이날 오전 8시 무렵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장소ㆍ시간 변경을 급히 공지했다. 지하철 탑승을 저지하려는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기습 작전’이었다.
단체 활동가들은 삼각지역 방면 지하철 탑승에는 일단 성공했다. “시위로 5분을 초과해 운행을 지연시키면 회당 500만 원을 전장연이 공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강제조정안도 준수하는 선에서 선전전을 진행해 열차 지연이나 무정차 통과는 없었다. 그러나 ‘준법 시위’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전 8시 36분쯤 다른 활동가들과 합류하기 위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하차하자마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공사와 경찰 인력에 가로막혔다.
경찰은 기동대 3개 부대(200여 명)를 동원해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는 활동가들을 방패로 막았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장도 1분에 한 번씩 확성기로 “(전장연 측 행위는) 철도안전법 위반”임을 공지하며 해산을 요구했다. 활동가들은 “장애인도 시민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맞섰다. 인파에 끼인 몇몇 활동가들은 넘어지거나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양측의 몸싸움이 길어지자 경찰은 역사 양방향 지하철 출입문 80개 중 10개를 통제해 승ㆍ하차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대치는 오후 2시 30분쯤 전장연이 해산할 때까지 계속됐다.
이와 별도로 이규식 대표 등 전장연 활동가들은 오전 9시 40분쯤 삼각지역에서 열차에 올라 선전전을 이어갔다. 이곳에서도 열차 탑승을 둘러싼 실랑이 끝에 삼각지역장이 전동휠체어에 부딪혀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장연은 “올해 260일간 4호선에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고 장소는 당일 아침 알리겠다”며 게릴라 시위 지속을 예고했다.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역을 중심으로 주말ㆍ공휴일을 제외한 모든 평일에 시위를 하겠다는 의미다. 서울시 역시 선전전을 원천봉쇄하고 추가 법적 조치에 나서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굽히지 않아 아침마다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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