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상징성 등 감안, 잘한 일 아냐” 야권 내부 비판
“대통령실도 문제…MB는 야당 대표에 전화했었다”
동교동계이자 친노무현계였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놓고 “‘개밥에 도토리’라도 청와대 신년인사회를 갔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놓고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는 여야의 행태에 야권 내부 비판이 나온 것이다.
문 전 의장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실 신년인사회에 불참하고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을 찾은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 전 의장은 자신의 야당 대표 시절을 떠올리며 “대통령 주관 행사에 한 번도 안 빼고 꼭 갔지만, 가면 참 ‘개밥에 도토리’”라면서도 “대통령의 상징성(을 감안해), 국가의 첫날을 시작한다든지 이런 큰 행사에는 그래도 참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이 대표가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안 간 것은 잘한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반기지 않고, 불편한 자리더라도 이 대표가 여야 협치의 중요성을 감안해 야당 대표로서 초청에 응해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전 의장은 이어 대통령실이 이 대표를 초청하면서 제대로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에 동감했다. 문 전 의장은 ‘최소한 정무수석이라도 (이 대표에게) 전화했어야 한다’는 민주당 일각의 지적에 “그렇다. 충분히 그 심정도 이해가 간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서 대통령실이 야당 지도부를 초청하면서 전화 한 통 없이 이메일만 보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문 전 의장은 자신의 체험담을 소개했다. 문 전 의장이 야당 대표 시절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신년인사회에 초청했었다는 것이다. 문 전 의장은 “협치를 하려면 (상대가) 보기 싫어도, 여러 가지로 껄끄럽더라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힘 있는 쪽인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종이 짝 보냈다든지 전자로 뭘 왔다든지 이럼에도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참석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전 의장은 또 현재 여야 대치국면을 동물의 세계, ‘동물농장’에 비유하며 우려했다. 검찰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여야의 적대화가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그는 “(여야는) 서로 적으로 보면 절대 안 된다. 라이벌로 봐야 한다”라며 “정치라는 건 서로 상생하자는 것인데, 그렇게(적대시) 하면 동물과 뭐가 다른가. 동물은 서로 죽이는 걸로 리더가 되지만, 이건(정치는) 포용하고 인내하고 서로 ‘같이 가자’ 하면서 인간들이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 전 의장은 전날에 이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처하는 당의 해법으로 ‘교토삼굴’(狡兎三窟·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둔다)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전체적인 위기다. 여야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의 큰 위기”라며 “토끼의 영민함은 대안을 탁탁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당의 명운을 분리하기 위해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문 전 의장은 전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당 상임고문 자격으로 참석한 자리에서도 이 대표 등 당 지도부 앞에서 ‘교토삼굴’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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