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보호 마스크도 벗어던졌다. 몸은 가벼워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그러나 공은 오지 않았고, 90분간 답답한 뜀박질만 계속됐다. 토트넘 손흥민은 새해 첫날 경기에서도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마스크까지 벗었지만 손흥민만의 부진이 아니라 팀 전술에 의한 희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한껏 폼이 오른 황희찬(울버햄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이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22~23 시즌 18라운드 홈경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골은 여전히 침묵했고, 팀은 0-2로 완패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해트트릭(3골)을 올린 이후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3골 2도움뿐이다. 토트넘도 5위(승점 30·9승 3무 5패)로 내려앉았다.
손흥민은 전반 19분 공을 빼앗은 상대 선수의 공격을 차단한 뒤 검은색 마스크를 벗어 그라운드 밖으로 던져버렸다.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마스크가 사라지자 손흥민의 공격은 훨씬 원활해졌다. 상대 박스 근처에서 동료들과 원터치 패스를 주고받으며 빠른 연계 공격을 이어갔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여전히 이반 페리시치와의 공존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왼쪽 윙백·공격수로 각각 선발 출전한 페리시치와 손흥민은 자주 동선이 겹치며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다.
둘의 호흡도 개선되지 않았다. 후반 24분 손흥민은 토트넘의 역습 상황에서 상대 최후방 수비수 2명 사이를 뚫고 파고들었다. 하지만 한 박자 늦은 페리시치의 패스는 이미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손흥민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손흥민은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페리시치도 전반 추가시간에 자신을 향한 패스가 늦었다며 손흥민을 다그치는 듯한 행동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두 선수의 불협화음이 결국 터진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상대 진영에서 활동 반경이 줄어든 손흥민은 동료들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토트넘 선수들은 박스 근처에만 볼이 오면 페리시치부터 찾았고, 심지어 후반 손흥민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던 해리 케인도 결국 볼을 페리시치에게 전달했다. '손-케 조합'의 실적 저하, 득점왕 활용 실패 등 콘테 전술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영국의 아이뉴스는 "EPL에서 가장 치명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던 듀오가 무너졌다"며 "이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라고 콘테 감독을 겨냥했다.
황희찬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새로 부임한 훌렌 로페테기 감독은 월드컵 이후 복귀전인 '카라바오컵' 16강전 질링엄전(12월 21일)에서 황희찬을 왼쪽 윙어로, 맨유전(12월 31일)에는 오른쪽 윙어로 출전시켰다. 질링엄과 경기에서는 천금 같은 페널티킥과 함께 1도움을 기록해 2-0 완승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오른쪽 윙어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한 맨유전에선 감독의 '황희찬 활용법'은 통하지 않았고, 울버햄튼은 1-0으로 패했다. 팀이 왼쪽 공격에 능한 마테우스 쿠냐(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영입을 발표하면서 황희찬의 주전 자리도 위태롭게 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