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미국과 핵 공동 기획·연습 추진"
전문가 "미국과 물밑 논의 진행됐다는 뜻"
"남한에 전술핵 배치하는 방식은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언론인터뷰에서 "미국과의 핵 공동기획과 연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한미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기는 하나, 날로 고조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한 우리의 핵 전략을 한 단계 높이고 좀 더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장 강도가 센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거부감이 상당한 상황에서 향후 한미 양국이 어느 수준으로 '핵 협력'을 조율해 나갈지 주목된다.
확장억제는 본질상 미국의 시혜적 성격이 짙다. 한반도 유사시 전략자산을 투입해 미 본토에 준하는 방어에 나서겠다는 약속이다. 따라서 모호하고, 일방적이고, 느리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양국은 '실효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확장억제의 공고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의 의지와 능력에 상당 부분 기댈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이에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핵전력 운용 공동기획과 공동연습에 합의했다. '공동기획'은 미국의 핵 정책·전략, 작전계획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고 '공동연습'은 한미가 미국 핵무기의 투발 연습 등을 함께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이 방식을 재차 강조했다. 과거 윤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거나 "북한의 핵 능력에 맞게 한미 간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혀왔지만 구체적 '핵 구상'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은 그동안 전술핵의 한국 내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의 핵 공유 요구에 소극적 반응을 보였다"면서 "대통령이 한미 간 핵 공동기획·연습 추진을 두고 '미국도 적극적'이라고 발언했는데 이는 물밑 논의가 충분히 진행됐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핵자산의 사용 가능성을 명시하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미가 북한의 핵사용을 가상한 개념계획을 세우거나 연습훈련만 해도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美, 동북아 '핵 공유 도미노' 요구 감당하기 어려울 것"
다만 미국이 확장억제를 넘어 '나토식 핵 공유'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토 회원국과 전술핵을 공동 운영하는데, 이를 위해 독일 등 5개국에 핵탄두를 배치했다. 반면 확장억제는 핵무기가 없는 남한에 필요에 따라 전략자산에 핵을 장착해 투입하는 방식이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나토식 핵 공유보다는 낮은 단계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하니 우리도 이에 대응해 미국 주도 핵 훈련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동북아 정세를 고려하면 미국은 한국과 제한된 수준의 핵 협력에 그칠 수밖에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만약 미국이 한국에 의미 있는 수준의 핵 공유를 해준다면 일본이나 대만 등도 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며 “미중 갈등이 불붙은 상황에서 ‘핵 공유 도미노’가 발생한다면 미국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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