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현 교황, 장례 미사 집전
바티칸 성 베드로 지하 묘역서 영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 미사가 오는 5일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하에 거행된다. 고인은 장례 미사가 열리기 전까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돼 신도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다.
'명예교황'이라는 '특별한 지위' 베네딕토 16세
마테오 브루니 바티칸 대변인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31일 오전 9시 34분 바티칸의 마테르 에클레시아 수도원에서 세상을 떠났음을 슬픈 마음으로 전한다"고 발표했다. 고인이 위독하다는 소식은 지난달 28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매우 아프다. 그를 위해 특별한 기도를 해달라"고 신자들에게 호소하며 알려졌다.
생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지위는 '특별'했다. 교황은 종신직이지만, 그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즉위 8년 만인 2013년 스스로 물러났다. 교황이 생전에 사임한 건,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의 일이었다. 교황직에서 물러난 후 고인은 '명예 교황(Pope Emeritus)'이라는 직위를 받았다.
전직 교황 묻힌 성 베드로 성당 지하서 영면
교황은 현직에서 삶을 마감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명예 교황에 대한 장례 절차는 명문화돼 있지 않다. 이에 고인의 장례 절차는 현직 교황에게 적용되는 절차를 참고하되, 많은 부분이 생략될 것으로 보인다. 고인이 교황에서 물러날 때 '어부(초대 교황인 예수의 제자 베드로)의 반지'로 불리는 교황의 반지에 'X'자를 새겼기 때문에, 반지 파기 절차는 생략된다. 새 교황을 뽑기 위해 추기경단이 여는 비밀회의, '콘클라베' 역시 열지 않아도 된다.
이밖의 절차도 간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브루니 대변인은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는 간소하고, 차분하며, 엄숙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역대 교황의 장례 미사에 각국 정상들이 참석해왔지만, 이번에는 바티칸이 위치한 이탈리아, 베네딕토 16세의 모국인 독일의 대표단만 참석한다.
장례 미사는 5일 오전 9시 30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하에 열린다. 현직 교황이 명예 교황의 장례 미사를 집전하는 건 가톨릭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를 진행하기 전 삼나무 관에 안치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성수로 축복한 뒤, 얼굴에 하얀 베일을 씌울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옆에는 교황 재임 때 만들어진 동전과 추도문이 놓인다. 이후 관을 닫고 복음서를 그 위에 올린 채 장례 미사가 시작된다.
미사가 끝나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성 베드로 성당 지하 묘지로 운구돼 영면에 든다. 전임 교황 265명 중 148명이 안치됐던 곳이다. 나중에 다른 곳으로 옮겨진 교황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91명의 교황이 머무르고 있다. 교황은 사후 묻히고 싶은 곳을 직접 지정할 수 있는데, 베네딕토 16세는 2020년 언론 인터뷰에서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가 안치됐던 곳에서 영면에 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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