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4강 신화 재현 목표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
"축구가 준 감동, 야구도 분발"
2023 WBC에 출전하는 각국 주요 선수들. 그래픽=신동준 기자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전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로 2022년을 뜨겁게 달군 한국 스포츠가 올해도 쉼 없이 달린다. 무엇보다 축구 대표팀이 카타르에서 전한 16강 쾌거와 감동을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 야구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다시 한번 선사하겠다는 각오다.
이강철(KT)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오는 3월 WBC에 출격한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열리는 대회로, 세계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나선다. 한국 야구는 2006년 초대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며 야구 강국으로 입지를 다졌고 월드컵 못지않은 감동을 전달했다.
그러나 2013년 3회, 2017년 4회 대회에서 1라운드에 조기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시상대에 서지 못하는 등 최근 국제 경쟁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또 대표팀의 잇단 부진에 등 돌린 야구 팬들이 늘어 KBO리그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위기가 찾아왔다. 한국 야구가 이번 대회 최소 4강 이상을 목표로 설정한 이유다.
2009 WBC 2라운드에서 한일전 승리로 4강 진출을 이뤄낸 뒤 봉중근(왼쪽)과 이진영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4강까지는 험난한 도전이 예상된다. 한국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비롯해 호주, 중국, 체코와 WBC 1라운드 B조에 묶였다. 1라운드 일정은 오는 3월 9~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다. 조 상위 2개 팀이 2라운드(8강)에 오르는데, 현실적으로 조 2위를 두고 호주와 다툴 전망이다. 일본은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등 빅리그에서도 최고 선수들까지 총출동할 예정이어서 우승후보다.
이강철 감독은 3월 9일 호주와 첫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이달 초 직접 호주로 건너가 상대 전력을 분석할 예정이다. 조 2위 안에 들어 2라운드에 오른다 해도 상대는 역시 만만치 않다. A조 1, 2위가 유력한 대만, 쿠바 두 팀 중 한 팀을 상대로 3월 15일 또는 16일 도쿄돔에서 준결승 진출을 다퉈야 한다. 대만은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발목을 여러 차례 잡은 아시아 강호이며, ‘아마 최강’ 쿠바는 미국 정부의 승인으로 미국 망명 빅리거 중심의 대표팀을 꾸린다.
2023 WBC 1라운드 대진. 그래픽=신동준 기자
4강(19, 20일)부터 결승(21일)까지는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초호화 군단이 집결해 ‘꿈의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A조 1위가 유력한 ‘디펜딩 챔피언’ 미국은 슈퍼스타들을 끌어 모았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세 차례나 받은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를 비롯해 최우수선수(MVP) 출신 강타자 마이크 트라웃(에인절스),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무키 베츠(다저스),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등도 엔트리에 포함됐다.
B조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2013년 3회 대회 우승팀 도미니카공화국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후안 소토, 매니 마차도(이상 샌디에이고), 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반면 한국은 KBO리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타격 5관왕 이정후(키움)와 좌완 에이스 김광현(SSG)이 투타의 기둥이다. 빅리거 중에는 김하성(샌디에이고)과 최지만(피츠버그)이 합류할 전망이며, 한국인 어머니를 둔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도 출전 의사를 밝혔다.
WBC 대회 일정. 그래픽=신동준 기자
객관적인 전력은 세계 정상급 팀들에 밀리지만 한국에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1회 대회 때 출전해 멋진 모습을 연출하셨다”며 “나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세계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들의 공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광현도 “축구가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감동을 줬다”며 “야구도 분발해서 자부심을 갖고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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