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구조상 임대주택 품질 떨어질 수밖에
제도 맹점 분석해 정부에 제도 개선 요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그간 품질 저하 지적이 빗발친 임대주택의 질을 분양주택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대대적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이한준 신임 LH 사장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중소기업 자재로만 짓는 임대주택"
1일 LH에 따르면, 이 사장은 최근 "임대주택도 대형 건설사가 지으면 입주민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라며 품질 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하자투성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면 아무리 싸게 공급해도 서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더는 공급 확대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는 취지다.
실제 2021년 지어진 LH 공공임대 아파트(행복주택) 6집 중 1집(15.7%)은 입주자를 구하지 못했다. LH는 장기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부 단지에 한해 사상 처음으로 1년간 월세를 면제하는 파격 대책까지 꺼내야 했다.
LH도 임대주택 질이 분양주택에 견줘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는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현재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 공사 땐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법'에 따라 중소기업이 만든 자재를 써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공사용 자재는 대략 350개다. 입주민 민감도가 높은 주요 내부 마감재(싱크대, 신발장, 장롱)를 비롯해 승강기, 야외 벤치 등도 포함된다. LH가 이들 자재를 중소기업에서 사들여 건설사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만 공공 공사라 해도 분양주택을 지을 땐 일부 자재에 한해 대기업 제품을 쓸 수 있게 예외 규정을 뒀다. 이런 규정 탓에 임대주택을 지을 땐 자재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고 이는 품질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6월 입주를 앞둔 수도권 A공공아파트는 분양단지와 임대단지가 섞여 있다. 현 규정에 따라 집을 짓다 보니 시공사는 같지만 단지마다 자재는 차이가 난다. 분양단지엔 대기업 브랜드의 승강기가 설치된 반면 분양+임대 혼합 단지엔 중소기업 제품이 들어갔다.
해당 중소기업은 고층 아파트 시공 실적이 거의 없다. 아파트 외벽과 조경시설물에 사용된 자재도 단지별로 다르다. 예비 입주민은 임대주택 낙인효과가 우려된다며 분양주택에 사용된 자재를 똑같이 써달라고 LH에 요구하고 있다.
LH, 정부에 제도 개선 요구
LH는 이런 제도상의 맹점을 분석한 보고서를 만들어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LH 고위관계자는 "중소기업 판로 보호를 위해 현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분양주택처럼 일부 주요 자재에 대해서만 예외 규정을 두면 임대주택 품질을 대폭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낮은 수익성 탓에 대형사들이 임대주택 공사 맡기를 꺼리는데, 여러 유인책을 제공해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LH 관계자는 "자재 선택권만 넓어져도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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