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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여성 앵커' 월터스 별세...르윈스키 인터뷰로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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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여성 앵커' 월터스 별세...르윈스키 인터뷰로 화제

입력
2022.12.31 15:40
수정
2022.12.31 20:17
23면
0 0

미국 전국 단위 뉴스 최초 여성 앵커 발탁
카스트로, 르윈스키 등 유명인 인터뷰

미국 전국 단위 뉴스 진행을 맡은 첫 여성 앵커이자 인터뷰어로 유명한 바버라 월터스가 30일 별세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전국 단위 뉴스 진행을 맡은 첫 여성 앵커이자 인터뷰어로 유명한 바버라 월터스가 30일 별세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에서 여성 최초로 전국 방송 뉴스 진행을 맡아 ‘유리천장’을 깨뜨린 입지전적인 방송인이자 성역 없는 인터뷰로 명성을 떨친 앵커 바버라 월터스가 93세를 일기로 3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미국 ABC방송은 월터스가 미국 뉴욕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29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월터스는 1961년 NBC방송 토크쇼 프로그램 ‘투데이 쇼’에 작가로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해 2014년 84세 나이에 은퇴하기까지 50년 이상 앵커, 프로듀서, 작가, 기자 등으로 일했다.

초창기에는 대본만 썼지만 빼어난 언변 덕에 1964년부터 ‘투데이 쇼’ 고정 출연자가 됐고, 10년 뒤인 1974년에는 첫 여성 공동 진행자로 전격 발탁됐다. 이듬해에는 뛰어난 진행 실력을 인정받아 첫 에미상도 수상했다.

월터스는 1976년 ABC방송 ‘이브닝 뉴스’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국 단위 뉴스 프로그램 최초 여성 공동 앵커’라는 새 역사를 썼다. 당시 그가 받은 연봉은 타사 앵커의 2배 수준인 100만 달러(2022년 가치로 환산시 525만 달러)로 남녀를 통틀어 방송계 최고액이었다. 월터스의 활약은 여성 방송인의 위상을 크게 높였고, 여성들의 방송계 진출을 위한 길을 넓혔다.

월터스는 3년 후인 1979년부터 뉴스매거진 프로그램 ‘20/20’ 진행을 맡았고, 1997년에는 낮 시간대 여성 토크쇼 ‘더 뷰’를 새로 선보였다. 월터스는 은퇴할 때까지 ‘더 뷰’를 책임졌으며 이후에도 책임 프로듀서로 남아 제작을 지휘했다.

바버라 월터스가 2010년 7월 28일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 '더 뷰'에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을 초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바버라 월터스가 2010년 7월 28일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 '더 뷰'에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을 초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월터스를 스타로 만든 건 독보적인 인터뷰 실력이었다. 권력자부터 범죄자까지 무수한 화제의 인물들을 단독 인터뷰하며 ‘인터뷰의 여왕’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인터뷰 대상을 섭외하고 진솔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터스는 지미 카터부터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을 인터뷰했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등 외국 지도자들과도 마주 앉아 대담했다. 마이클 잭슨, 캐서린 햅번,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같은 유명인들도 카메라 앞에 세웠다.

특히 199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불륜 스캔들에 휘말렸던 전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단독 인터뷰는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당시 시청자 수는 7,400만 명에 달했다.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을 살해한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에게 12년간 편지를 보내 마침내 1992년 교도소 내 인터뷰를 성사시킨 일화도 유명하다.

월터스는 방송 생활 50여 년간 에미상을 12차례 수상했으며 그중 11번은 ABC방송 재직 중에 받았다. 1989년에는 텔레비전 예술과학 아카데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ABC방송 모회사인 월트디즈니 컴퍼니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월터스는 저널리즘계에서 여성으로서뿐 아니라 저널리스트 자체로도 진정한 전설이자 선구자였다”며 “국가 원수부터 유명 인사, 스포츠 스타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인터뷰를 많이 한 기자였다. 우리 모두가 그를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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