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촬영 '겨울 이야기' 내달 18일 개봉
“개봉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미뤄지고 대작들에 밀리다 보니 늦어졌어요. 신상옥 감독님 작품 중 유일하게 개봉하지 못했던 영화인데, 개봉일이 다가오니 기분이 마냥 좋습니다.”(신상옥 감독 장남 신정균 감독)
한국 영화의 전설 고 신상옥(1926~2006) 감독의 75번째 연출작이자 유작인 ‘겨울 이야기’가 내달 18일 개봉한다. 신 감독이 세상을 떠난 지 17년 만이다. ‘겨울 이야기’는 2004년 촬영됐고, 신 감독은 편집까지 마친 상태에서 숨졌다. 노령의 아버지(신구)가 치매에 걸린 후 가족들이 겪는 일을 그렸다. 일본 작가 아리요시 사와코의 인기 소설 ‘황홀한 사람’을 밑그림 삼았다.
‘겨울 이야기’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첫 공개됐다. 신정균 감독, 주연배우 김지숙, 조동관 촬영감독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 촬영과 개봉에 얽힌 사연을 전했다. 신정균 감독은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라 디지털로 전환하는 등 5년 전부터 개봉을 준비했다”며 “저와 조동관 감독이 다듬는 정도로 편집을 매만졌을 뿐 오롯이 신상옥 감독의 작품”이라고 밝혔다.
‘겨울 이야기’는 탈북 이후 신 감독이 ‘마유미’(1990)와 ‘증발’(1994)에 이어 국내에서 완성한 세 번째 영화다. 신정균 감독은 “‘마유미’와 ‘증발’이 흥행에 실패해 투자가 잘 되지 않아 ‘겨울 이야기’는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 만들어졌다”며 “아마 신 감독님 영화 중 제작비가 가장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어머니(배우 고 최은희)가 돈이 없고 몸이 상할 수 있으니 절대 하지 말라고 감독님을 말리셨다”며 “감독님은 어머니 몰래 제작 준비를 하셨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은 “당시 칸영화제 관계자가 이런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면 초청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해 신상옥 감독님이 일본 소설 판권을 확보해 만든 영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며느리 역을 연기한 김지숙은 캐스팅 당시와 촬영장 분위기를 회고했다. 그는 “무대에서 열정적인 역할을 주로 맡던 때라 일상적 캐릭터를 연기할 생각이 처음엔 없었다”며 “하지만 신상옥 감독님이 3가지 이유를 대자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지숙은 “첫째 감독님과 최은희 선생님이 제 연극을 보시고 저를 캐스팅하기로 합의했다고 하셨고, 둘째 정말 만들고 싶은 칭기즈칸에 관한 영화에 저를 출연시키기 위한 워밍업이라 하셨고, 셋째 그냥 나를 믿으면 된다 하셔서 출연하기로 결심했다”고 돌아봤다.
김지숙은 “촬영장에 최은희 선생님이 여러 차례 오셨는데, 카메라 뒤에서 두 분이 의논하시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고 제 인생에 각인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칸영화제에 출품할 영화라 하셨는데 준비 과정 중에 돌아가셔서 영화를 영영 못 볼 줄 알았다”며 말을 잠시 잇지 못했다. “제가 가장 부담 없이 연기했던 촬영장 같아요. 감독님이 신구 선생님과 저보고 연기하지 말라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최은희 선생님이 ‘배우보고 연기하지 말라면 어떡하냐’고 하셔서 속 시원하기도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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