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축소에 사업 규모 조정 불가피
11월 누적판매 25조3274억원 '작년 초과'
"구매한도 할인율 줄여서라도 사업 지속"
명절, 축제 기간에 한정 발행하려는 곳도
17개 시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하는 행정안전부의 내년 예산이 3,525억 원으로 반 토막 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화폐는 올해 국비 지원된 7,000억 원을 모두 소진하고 지자체별로 자체 예산을 추가 투입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현금 살포'라는 부정적 시각에 정부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내년도 사업 축소 및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11개월 누적 판매액만 지난해 초과
29일 행안부와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지역화폐 누적 판매액은 25조3,274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세운 발행 계획(18조4,137억 원) 대비 37.5%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판매액(23조6,000억 원)을 일찌감치 초과했다.
지역별로는 인천에서 가장 많은 3조7,904억 원이 판매됐다. 이어 부산시가 2조3,151억 원, 충남도가 1조4,159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총 판매액 기준으로는 4조7,306억 원을 발행한 경기도가 1위를 기록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세금으로 퍼주는 눈먼 돈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역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고, 매달 ‘완판’ 행진을 이어 가는 상황에서 사업 축소가 쉽지 않다"며 "행안부가 얼마를 지원할지 알 수 없어, 내년 계획을 짜는 데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예산이 대폭 삭감된 만큼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내년 규모를 축소해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사업 축소 방식은 △월별 할인율 차등화 △1인 구매 한도 축소 △할인율(캐시백) 인하 등이 거론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국비 지원 요건에 올해처럼 ‘캐시백 10%’ 유지 조건이 붙을 경우 매달 혜택 제공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명절 등 수요가 많은 기간에 10% 할인하되, 수요가 적은 기간에는 낮은 비율로 할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도 명절과 축제기간 등에 한정해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1인당 구매액 축소와 할인율 인하도 상당수 지자체들이 검토 중이다.
혜택 축소? 유지?...지자체마다 다른 상황
문제는 올해 각 지자체에서 당초 계획보다 많은 지역화폐가 발행돼, 이미 구매 한도와 캐시백 비율을 줄인 곳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부산시와 대전시가 대표적이다. 두 곳 모두 8월부터 구매(충전) 한도를 월 5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축소해, 추가 구매 한도 축소가 어렵다. 부산시 관계자는 “구매 한도 축소와 함께 할인율도 10%에서 5%로 줄였다”며 “내년에도 이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확한 비율은 행안부가 개정하는 국비가 확정돼야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 세종시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의 경우 국비 지원 축소에 대비해 올해 10%인 할인율(서울사랑상품권)을 7%로 줄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해 절반 수준으로 예산이 살아남으면서 같은 할인율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비 지원 조건으로 10% 할인율이 제시되면 10%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발행 규모는 늘리고 할인율을 줄여 전체적으로 올해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 방침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시장이 지역화폐 확대 발행을 공약함에 따라 내년엔 올해보다 10% 많은 지역화폐를 판매할 것”이라며 “다만 할인율은 10%에서 7%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도 매출 10억 원 이하 소상공인 가맹점을 이용하는 경우 현행 5~10%의 할인율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어떤 기준으로 지원 국고를 배분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정확한 국고지원 액수는 1월 중에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고 지원액은 판매실적, 발행수요, 재난지역 또는 산업고용위기지역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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