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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 대출인데 금리 올린다고?… "황당하고 억울"

입력
2022.12.29 14: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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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신협, 최근 고정금리 인상 통보
IMF 때 동양카드 금리 인상 전례도
금감원·신협중앙회 "즉시 철회 조치"

청주 상당신협이 고정금리를 인상하겠다며 고객들에게 보낸 통지문.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청주 상당신협이 고정금리를 인상하겠다며 고객들에게 보낸 통지문.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연 2.5% 고정금리로 5년 대출 계약을 했는데, 금리가 폭등하면서 일방적으로 연 4.5%로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포기해야 하나요?”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된 글입니다. 이 글을 쓴 A씨는 2020년 9월 청주의 한 민간임대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청주상당신용협동조합에서 고정금리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고 합니다. 당장 내년 1월 이자분부터 두 배 가까운 금리를 적용받게 됐다며 황당함과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취재 결과 실제 청주상당신협은 최근 고정금리 대출 136건(342억 원 규모)에 대해 이 같은 금리 인상 조치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정금리는 말 그대로 약정기간 동안 대출금리가 변동되지 않고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강제로 올릴 수 있다는 걸까요?

청주상당신협이 제시한 변경 근거는 여신거래기본약관 3조 3항입니다. “제2항 1호(고정금리)를 선택한 경우 채무이행 완료 전 국가 경제ㆍ금융 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계약 당시 예상할 수 없는 현저한 사정 변경이 생긴 때에는 은행은 채무자에 대한 개별 통지에 의해 그 율을 인상ㆍ인하할 수 있기로 한다”는 내용입니다. 즉, 올 한 해 이어진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국가 경제ㆍ금융 사정의 급격한 변동'에 해당하므로 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게 은행 측 논리입니다.

전례도 있습니다. 1997년 동양카드에서 연 15% 고정금리로 1억 원을 빌린 윤모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이듬해 2월 금리를 24%로 올리겠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윤씨는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2001년 동양카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고정금리 방식으로 금리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해서 금융기관에 금리변경권을 부여하는 약관의 적용이 당연히 배제되는 건 아니다”라면서요.

“혹시 내 대출도?”라며 걱정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여신거래기본약관은 전 은행권이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고, 글로벌 통화 긴축 충격 역시 청주상당신협에만 국한된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일단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은행의 고정금리 변경은 IMF 같은 피치 못할 국가적 위기 때만 극히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남발했다간 고객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법적 분쟁에도 휘말릴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 역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입니다. 신협중앙회와 금융감독원은 29일 청주상당신협에 금리 인상 조치 철회를 지도했습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오늘 중 사과문을 게시하고 시정할 것”이라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 조합에 지도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최근 금리 변동은 여신거래기본약관상 국가 위기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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